그는 ‘주주(株主) 가치 제일주의’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외형 확장과 내부 개혁을 통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해 금융계 전반에 큰 파문을 예고했다.
‘삼성 맨’이 정부 소유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을 맡게 돼 앞으로 금융계 인사 관행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 경영으로 조기 민영화 추진=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는 부분은 제2금융권. 황 내정자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뛰어들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금융이 노리고 있는 매물은 증권 분야의 LG투자증권, 자산운용 분야의 한국투자증권 및 대한투자증권이다. 현재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증권과 우리투신은 분야별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다. 그러나 LG투자증권을 우리증권이, 한투 대투 가운데 한 곳을 우리투신운용이 합병하면 모두 업계 1, 2위로 도약하게 된다.
덩치 큰 은행들이 대규모 M&A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 국민 하나은행도 이들 증권사를 인수하려 하고 씨티그룹도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증권 및 자산운용 부문 보강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부 개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우리금융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황 사장은 “우리은행은 지주회사 규모의 80%를 차지해 지주사와 은행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모든 자회사의 핵심 경영진이 황 내정자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우리금융 내부에서 ‘금융 영역 통합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 신기섭(申琪燮) 부행장은 “앞으로 국제 경쟁력이 없는 은행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강력한 우리은행과 경쟁하다 보면 국민은행도 내실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인사 관행 변화 예고=국내 최대의 민영 은행인 국민은행의 김정태(金正泰) 행장에 이어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의 회장 자리도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황 내정자가 차지하게 된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특히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독립적인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삼성 맨’인 황 내정자가 회장으로 내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금융계 CEO 인사에 ‘젊고 유능한 민간 전문가’의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내정자의 ‘출신’ 문제도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하나은행 윤교중(尹喬重) 부행장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유착은 정부나 금융감독원이 감시할 문제”라고 말했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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