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쟁]에너지 强國 러에 美-中-日 뜨거운 ‘구애’

  • 입력 2004년 3월 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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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러시아는 벨로루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갑자기 중단했다. 가스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었다.

벨로루시는 러시아산 가스에 100% 의존하는 나라.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영하 20도 추위에 내몰렸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은 “가장 높은 수준의 테러”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가스 공급은 하루 만에 재개됐다. 벨로루시측은 결국 1000m³당 30달러였던 천연가스 가격을 50달러로 올려줬다.

에너지가 국가 안보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러시아는 하루 생산량 기준 세계 1위(가스), 2위(석유)의 ‘에너지 파워’로 인근 국가를 주무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등은 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아직도 에너지 ‘속국’의 위치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도 러시아의 눈치를 살핀다.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가스관은 벨로루시를 경유하기 때문에 벨로루시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폴란드, 리투아니아, 독일 등도 연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중국이 러시아에 각종 투자를 약속하며 구애(求愛)에 나선 것도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일 “미국이 나를 몰아내려고 봉쇄 명령을 내리면 미국으로의 석유 수출을 줄이겠다”고 ‘협박’했다. 세계 5위의 석유수출국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당장 유가 급등을 불러왔다. 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4월물 가격은 배럴당 37.25달러로 마감했다. WTI가 배럴당 37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라크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해인 2001년 5월 미국 국가에너지정책 개발그룹은 “에너지 안보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을 건의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 등 미국의 대중동 전략, 최근 중동 민주화 구상 등도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정책과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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