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을 겸임할 것으로 알려진 황영기(黃永基)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내정자는 파리바은행, 뱅커트러스트 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삼성생명 삼성투신운용 등을 거쳐 삼성증권 사장을 지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대한투자신탁증권 사장을 지낸 이덕훈(李德勳) 현 우리은행장에 이어 제 2금융권 출신이 연달아 행장으로 영입된 것.
국민은행의 김정태(金正泰) 행장도 대신증권 등을 거쳐 동원증권 사장을 지낸 뒤 1998년 국민은행에 합병된 주택은행장을 맡았다. 국내 1,2위 은행의 행장을 모두 제 2 금융권 출신이 차지한 셈이다.
외국계 은행 출신 인사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최동수(崔東洙) 조흥은행장은 체이스맨해튼 은행, 하영구(河永求) 한미은행장은 씨티은행 출신이며 제일은행의 로버트 코헨, 외환은행의 로버트 팰런 행장은 외국인이다.
토종(土種) 국내은행 출신을 꼽자면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신상훈(申相勳) 신한은행장과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 정도. 하지만 김 행장 역시 하나은행의 전신인 단자회사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따지고 보면 제 2 금융권 출신이다.
최근 진행되는 부행장, 본부장 급 인사에서도 은행 외부출신이 대폭 약진하고 있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사업영역이 날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출과 예금 등 단순업무에 익숙한 토종 은행권 출신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능력개발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순수 은행출신은 임원이 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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