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 M&A재료 타고 상승세…자산운용시장 선점 경쟁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50분


‘증권업계 인수합병(M&A) 논의 본격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전망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증권주가 움직일 때마다 툭하면 거론됐다가 사그라지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무르익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에 이어 우리금융지주 황영기 회장 내정자가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의 M&A 의사를 밝히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여기에 씨티그룹 등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을 노린 외국계 투자기관의 행보도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치열한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는 자산운용 시장을 선점(先占)해야 한다는 초조감까지 배어나오는 양상이다.

▽펀더멘털 압도할 M&A 테마=종합주가지수 900선 돌파와 함께 강세를 보인 증권주는 M&A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증권업종 지수는 2월 24일 이후 이달 8일까지 15.3% 올랐다. 매물로 나온 대우증권은 이 기간 25.3%, LG투자증권은 20.5% 상승했다. 우리증권은 8일 M&A를 통한 덩치 확대 기대감으로 최근 1년간 가장 높았던 주가 수준을 넘어섰다.

펀더멘털로 따져볼 때 증권주는 여전히 매력 없는 투자 대상.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수료율 추락 등 수익성 악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상당수 중소형 증권사는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아직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M&A 테마는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일단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LG투자증권 김성수 애널리스트는 “금융기관의 자산관리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금융산업의 전문화가 시작됐다”며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현재 수익성 지표보다는 M&A 등 미래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과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 LG투자증권 등은 이런 이유로 목표 주가가 잇따라 상향 조정됐다.

▽증권업계 판도 변화 어떻게?=국내 43개 증권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5% 이상인 증권사는 겨우 8개사. 중소형사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면 공급자 감소와 비용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증권사에 대한 관심이 자산운용에 한정돼 있는 만큼 이 분야에 경쟁력이 없는 대부분의 증권사에는 M&A가 오히려 악재라는 의견도 나왔다.

동원증권은 “은행의 증권업 핵심 영역으로의 진출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기존 증권사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M&A 여지가 있는 증권사의 주가만 차별화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UBS증권은 “시중은행이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기업과 개인고객을 잡고 있는 은행권이 대형투신사를 인수하면 자산관리 영업과 개인고객 비중이 높은 두 증권사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것.

실제 자산운용업의 확대를 주도해 온 최고경영자(CEO)까지 잠재적 경쟁사에 빼앗긴 삼성증권은 내부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 주가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이전 거래일보다 1.52% 떨어졌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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