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뛰는데…” 대형증권사 영업이익은 12.8% 줄어

  • 입력 2004년 3월 9일 18시 52분


“주가는 뛰지만 우리 몫은 적다.”

요즘 증권회사의 분위기다. 증시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업계의 위기감도 크다. ‘개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과 ‘수수료 과당 경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증권업계에 가해지는 구조조정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상승장에서도 증권사는 ‘찬밥 신세’=LG투자증권은 굿모닝신한, 대신, 대우, 삼성, LG, 현대증권 등 6개 대형 증권사의 올해 1월 영업이익을 집계한 결과 모두 583억원으로 전월 대비 12.8% 줄었다고 9일 밝혔다.

증권사별 영업이익은 △대우증권(220억원) △현대증권(157억원) △LG투자증권(155억원) △대신증권(43억원) △삼성증권(7억원) △굿모닝신한증권(1억원) 등의 순이었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전월보다 줄었다.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가 전월 대비 37.8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실적이다.

그나마 주가 상승으로 인한 단기매매증권 관련 이익이 늘고, 하이닉스 주가의 상승으로 증권사별로 12억∼165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려 체면을 차렸다.

▽위기의 증권업계=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에서 소외된 개인 투자자의 이탈과 수수료 과당경쟁 등에 따른 주식 중개수수료 감소가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증권사 주식 중개수수료 기여도가 높은 개인투자자의 매매 비중은 1월에 58.9%로 전월대비 1.3%포인트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전월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대신증권과 현대증권의 경우에도 1월 주식 중개수수료 수입도 각각 12.9%, 4.7%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증권사의 주식 중개수수료 수입은 2000회계연도 3조9654억원, 2001년 3조4175억원, 2002년 2조6575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2003회계연도 1∼3분기(2003년 4∼12월)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0억원이 감소한 2조594억원에 불과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기업분석팀 부장은 “최근 1개월간 증권업 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증권사 실적 개선이 단기간 이뤄지지 않겠지만 M&A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실적 호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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