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회사의 분위기다. 증시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업계의 위기감도 크다. ‘개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과 ‘수수료 과당 경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증권업계에 가해지는 구조조정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상승장에서도 증권사는 ‘찬밥 신세’=LG투자증권은 굿모닝신한, 대신, 대우, 삼성, LG, 현대증권 등 6개 대형 증권사의 올해 1월 영업이익을 집계한 결과 모두 583억원으로 전월 대비 12.8% 줄었다고 9일 밝혔다.
증권사별 영업이익은 △대우증권(220억원) △현대증권(157억원) △LG투자증권(155억원) △대신증권(43억원) △삼성증권(7억원) △굿모닝신한증권(1억원) 등의 순이었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전월보다 줄었다.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가 전월 대비 37.8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실적이다.
그나마 주가 상승으로 인한 단기매매증권 관련 이익이 늘고, 하이닉스 주가의 상승으로 증권사별로 12억∼165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려 체면을 차렸다.
▽위기의 증권업계=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에서 소외된 개인 투자자의 이탈과 수수료 과당경쟁 등에 따른 주식 중개수수료 감소가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증권사 주식 중개수수료 기여도가 높은 개인투자자의 매매 비중은 1월에 58.9%로 전월대비 1.3%포인트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전월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대신증권과 현대증권의 경우에도 1월 주식 중개수수료 수입도 각각 12.9%, 4.7%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증권사의 주식 중개수수료 수입은 2000회계연도 3조9654억원, 2001년 3조4175억원, 2002년 2조6575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2003회계연도 1∼3분기(2003년 4∼12월)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0억원이 감소한 2조594억원에 불과했다.
LG투자증권 조병문 기업분석팀 부장은 “최근 1개월간 증권업 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증권사 실적 개선이 단기간 이뤄지지 않겠지만 M&A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실적 호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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