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업이 미래 디지털산업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혼자서 기술을 개발, 독식(獨食)하면 된다. 그러나 디지털산업의 변화를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잘못 판단하고 혼자 가다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용화 연구위원은 이를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제휴만 들여다봐도 세계 정보기술(IT)업계 강자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통신시장에서의 합종연횡=삼성전자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놓고 노키아와 격돌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휴대전화의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심비안이라는 회사에 공동 투자하고 있다.
두 라이벌이 힘을 합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더욱 큰 강자가 휴대전화 OS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PC의 윈도처럼 휴대전화 OS도 독점하겠다는 것이 MS의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은 3개월에 한 번 정도 노키아를 방문할 정도로 두 회사의 관계를 돈독하도록 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노키아가 사들이는 플래시메모리의 양은 삼성전자의 수익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막대하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휴대전화 OS를 놓고 경쟁하지만 두 회사는 홈네트워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다.
MS의 소프트웨어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을 합쳐 홈네트워크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것이 두 회사의 야심이다.
첫 작품은 삼성전자가 선보인 미디어센터PC. 이 제품의 소프트웨어는 MS가 제공했다.
삼성전자가 MS하고만 손을 잡고 홈네트워크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및 유럽에서 주도하는 가전제품의 운영체제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미래의 강력한 라이벌 인텔=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D램 생산업체는 인텔과 항상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져야 한다.
인텔은 PC의 심장부인 중앙처리장치(CPU)의 확실한 강자. 따라서 D램 업체들은 인텔의 CPU와 연동하도록 반도체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인텔을 제치고 플래시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로 떠오르면서 경쟁관계로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NAND형)와 인텔(NOR형)로 대표되는 두 진영은 어떤 유형의 플래시가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인텔은 또 IT 중심이 PC 등 사무실에서 쓰이는 기기에서 가전제품으로 옮아가자 새로운 형태의 칩이나 디지털 가전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영역에서 삼성전자와 격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적과의 동침=삼성전자는 8일 소니와 합작해 TV용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같은 LCD를 쓰지만 각자 자신의 브랜드로 TV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2001년 캠코더와 DVD에 쓰이는 플래시메모리로 소니의 메모리스틱형을 선택했다.
소니측은 삼성전자가 자신의 가전제품에 소니형을 채택함에 따라 세계 표준을 장악하는 데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소니형을 채택하는 대가로 소니를 플래시메모리의 대형 수요처로 확보했다.
최근 소니는 메모리스틱 독자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에 넘겨주는 부가가치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전략적 제휴 | ||
제휴업체 | 시기 | 내용 |
소니 | 2004.3 2001.8 | TV용 LCD 공동생산 차세대 메모리스틱 소니의 메모리스틱 채용 |
IBM | 2004.3 | 90나노 공정기술 IBM으로부터 도입. 60나노 기술 공동개발 |
산요 | 2004.2 | 냉난방 인버터 에어컨 공동개발 |
HP | 2003.9 | 잉크젯 프린터 기술협력 |
마쓰시다 | 2003.1 | DVD레코더 기술표준화, 공동생산, 공동마케팅 |
미쓰비시 | 2002.5 | 세탁기 분야 상호 협력 |
MS | 2001.1 | 디지털 가전제품 공동개발 |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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