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신용불량자 등록제도 조기 폐지

  • 입력 2004년 3월 9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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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여신한도 축소 등 부작용 낳을 수도 ▼

‘신용불량자 등록제도 조기 폐지’가 38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데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히 갚아야 할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접근법은 제대로 효과를 내기 힘들다. 결국 총선을 앞둔 또 하나의 ‘선심 행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새 제도에도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을 벗으려면 채무변제 가능성에 대한 법원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보완책’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등록제를 폐지하는 것 자체가 신용사회에 역행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본다. 이 제도는 여신 한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금융권으로 하여금 더욱 몸을 사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선의의 채무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유재범 회사원·대전 중구 문화동

▼개인채무 탕감땐 도덕적 해이 번질까 걱정 ▼

지금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개인채무자 회생법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채무자가 작성한 채무변제 계획을 법원이 수용해 8년간 계획대로 빚을 갚을 경우 나머지 빚을 변제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신용불량자의 정상생활 복귀를 위한 길이 열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개인적으로 빌린 돈이 탕감된다면 대다수 성실한 국민은 상대적인 피해자가 된다. 또 남의 돈을 쉽게 생각하고 우선 쓰고 보자는 정서가 생기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개인채무자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이 진 빚은 반드시 갚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평생 부어가는 보험에 가입해 조금씩 돈을 내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것처럼 능력이 미치는 한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아야 한다는 국민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정기 주부·대구 달서구 상인동

▼탄력적 운용으로 신용사회 근간 유지해야 ▼

경제가 극히 침체된 상황에서 신용불량자마저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때는 국가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신용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신뢰와 그에 따른 책임이다. 신용불량자 등록제도 조기 폐지는 신용사회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다. 신용을 저버린 사람에게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 건전한 신용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이다. 다만 생계형 신용불량자가 상당수인 만큼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 전에 유예기간을 둔다든지, 채무불이행 횟수에 따라 차등 제재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의 부도처리하는 기업과 어쩔 수 없이 부도를 내더라도 회생 의지를 보이는 기업은 엄연히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신용불량에 이르게 된 경위도 파악하고 구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병웅 자영업·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현행 신용불량자 제도 재기 기회마저 박탈 ▼

현행 제도에서는 일단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 경제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개인의 경제 회생을 저해하는 불합리성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 수 있는 실패를 재기의 기회로 삼아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느냐, 아니면 경제활동의 낙오자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한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민생 안정에 도움을 주느냐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신용불량자 문제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가족 분열의 문제, 사장(死藏)되는 노동력 문제도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채무자에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만 더욱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박은선 고등학생·충남 천안시 원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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