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대책]배드뱅크서 대환대출…8년간 나눠 갚게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로드맵’이 10일 그 윤곽을 드러냈다. 그러나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발표된 이번 대책은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는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또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多重)채무 신용불량자들이 성실하게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 형태로 원리금을 감면한다는 내용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대책 내용=정부 해법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우선 신용불량자가 되기 직전 단계에 있는 한계 채무자와 한 금융기관에 소액의 채무가 있는 신용불량자들에 대해서는 개별 금융회사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둘째로 다중 채무자에 대해서는 배드뱅크, 개인워크아웃, 산업은행과 LG투자증권이 주도하는 공동채권 추심 프로그램 등 삼각 구도로 짜여 있다. 정부는 대상자 150만명 가운데 40만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방식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사람들은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제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처리한다.

한편 세금체납자 14만5000명은 신용불량자에서 제외키로 했으며 이동통신요금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18만5000명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효과는 미지수=이번 대책의 핵심이랄 수 있는 배드뱅크의 경우 금융회사들이 출자하고 자산관리공사가 대여하는 돈으로 운영된다. 금융회사들의 돈으로 신용불량자의 연체 대출금 등을 장기, 저리의 대출로 전환해 주는 것이다.

카드사의 대환대출(연체금을 대출로 전환하는 것)처럼 배드뱅크의 지원을 받은 뒤 또다시 연체를 하는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신용불량자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3%만 갚으면 무조건 지원해 주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자산관리공사가 배드뱅크에 5000억원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앞으로 채권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미봉책으로 신용불량자를 줄이려다가 국민 부담만 늘렸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A은행 채권회수 담당자는 “배드뱅크가 돈을 갚을 의지를 가진 사람을 제대로 선별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지원을 받은 뒤 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와 선심성 논란=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보였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채무를 유예한다고 했는데 안 갚아도 되는 것처럼 잘못 비칠까봐 걱정”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일단 번지기 시작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신용불량자 문제 해소가 시급하기는 하지만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금융회사들을 압박해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개인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다중 채무자가 4만9000여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갑자기 올해 20만명을 개인워크아웃으로 구제한다는 등 ‘수치 부풀리기’에 급급했다는 시각도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은 채무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는 단기 처방의 성격이 짙다”며 “선거를 앞둔 선심성 대책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신용불량자 종합대책 주요내용
대상	대책
신용불량자에 등록되지 않은 한계 채무자	-각 금융회사들이 단기 소액 연체자 위주로 신용회복 기회 제공-채무상환 의지가 있는 채무자에 대해 만기연장 적극 실시
1개 금융기관에 등록된 신용불량자(137만명)	-금융회사별로 특별지원 프로그램 운영-필요한 경우 심사를 통해 일정기간 원리금 상환 유예
다중채무 신용불량자(235만명)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할 때 원리금 추가 감면 등 인센티브 부여-산업은행이 운영하는 공동채권추심 프로그램에서도 인센티브 부여-장기분할 상환을 취급하는 배드뱅크 설립
민간 차원의 해결이 불가능한 신용불량자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경우 개인채무자 회생법에 따라 법적 구제-상환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 개인파산제도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