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도심 주거시대 열린다…아파트 오피스텔 잇단 완공

서울 광화문 일대에 도심 주거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내수동, 사직동 일대에 작년 말부터 4000여 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와 주거형 오피스텔이 완공돼 잇따라 입주에 들어갔다.

올해 말이면 한국의 정치경제 1번지인 이곳에 1만5000여명이 사는 주거타운이 형성된다.

종로구는 새 주민 유입에 설레고 지역 상가는 손님 증가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광화문 주변이 살기에는 어떤 곳일까.

▽설레는 종로구=사직터널을 지나 서울시 경찰청 쪽으로 들어서면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종로구청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종로구의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다.

종로구 인구는 1975년 33만3970명을 정점으로 연평균 5395명씩 줄었다. 현재 주민은 17만7504명.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70년대 강남 개발에 따라 경기고, 서울고 등이 강남으로 옮아가면서 종로구 인구가 매년 약 5400명씩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주거타운 덕분에 내년에는 인구가 20만명 선으로 늘어날 것 같다”며 “이에 따라 재산세 등 구청의 세금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5월 입주를 시작할 ‘경희궁의 아침’ 앞에는 인테리어 업체 3곳이 개업을 준비 중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새로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만 10여곳에 달한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K씨는 “주민들이 늘어나면 매출도 증가하겠지요”라며 웃었다.

▽주거 여건은 어떨까=작년 12월 입주한 내수동 ‘삼성파크팰리스’ 주민 정영자씨(주부)는 “이곳에 살아보니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주거의 장점으로 환경, 교통, 치안 등을 꼽았다.

도심이지만 인왕산과 사직공원이 가까워 환경이 좋고 시경(市警)이 인접해 도둑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

종로구의 1인당 녹지면적은 57.3m²로 서울 평균인 15.38m²의 4배에 육박한다.

김 구청장은 “광화문 일대에 수목을 늘리고 테마형 어린이 놀이터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 주거의 단점으로는 대형 쇼핑시설의 부족이 꼽힌다. 이 때문에 야채 및 생선 상인들은 트럭 등을 몰고 매일 아침 광화문 주변의 아파트 단지를 찾는다.

‘경희궁의 아침’에 입주 예정인 P씨는 “입주하면 교보빌딩에 있는 직장까지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가 끝난 후 주거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입증되면 도심 공동화(空洞化)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주민의 특성도 관심거리. 한 중개업자는 “주변에 청와대, 경찰청, 정부청사 등이 몰려 있어 입주 예정자 중 ‘힘 있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시장은 잠잠=4000여 가구가 속속 입주하고 있지만 중개업소는 한산하다.

쌍용공인중개사무소 노재명 사장은 “이곳 수요자들은 대부분 광화문 일대에 직장을 둔 실수요자”라고 말했다. 가수요가 없기 때문에 거래가 뜸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집값 폭등도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주를 앞둔 분양권의 웃돈은 2002년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경희궁의 아침 등 일부 주상복합아파트의 로열층은 분양가에 비해 1억∼2억원 높은 값에 거래되지만 주거형 오피스텔은 분양가 이하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오피스텔의 평당 임대가는 보증금 45만원에 월세 5만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