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주총에서는 회사측이 소버린자산운용과의 표 대결에서 압승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SK㈜측이 추천한 조순, 오세종, 김태유, 서윤석, 신헌철 이사후보는 표결을 거쳐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소버린자산운용측 이사후보는 표 대결에서 사실상 모두 탈락했으며 SK㈜가 동시에 추천한 남대우씨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SK㈜가 제안한 사외이사 70% 이상 확대, 투명경영위원회 신설,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구성 등 정관 변경 안건은 참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소버린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도 부결됐다.
SK㈜와 소버린 양측이 내세운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은 하나도 이뤄지지 못해 SK는 ‘절반의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주총장 주변에는 회사측이 동원한 경비원과 용역직원 500여명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들은 주총장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고성이 빗발쳤던 작년 주총과는 달리 차분한 가운데 찬반토론이 오가고 이의가 있는 사안에 대해 즉시 표결에 들어가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SK와 소버린은 정관 개정안 및 이사 선임 건을 놓고 사안별로 표 대결을 벌여 오전 9시에 시작한 주총은 오후 4시가 돼서야 끝났다.
○…포스코 주총은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돼 53분 만에 종료됐다. 사외이사로는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전광우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이 새로 선임됐다.
이와 함께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쳐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했다.
○…서울 보라매 사옥에서 열린 SK텔레콤 주총도 일사천리로 진행돼 25분 만에 끝났다.
이날 주총에서는 참여연대 등이 요구한 SK㈜ 최태원 회장, SK 손길승 회장의 이사 사퇴가 받아들여진데다 지난해 거둔 사상 최대의 실적 및 주당 5500원의 배당 등으로 주주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KT 주총에서는 국내 최초로 노동조합이 주주 제안 방식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했으나 노조가 선임 관철을 포기해 압도적인 표 차이로 회사측 이사가 선임됐다.
KT는 15명인 이사회 규모를 12명으로 줄여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비율을 4 대 8로 조정했으며 복수 대표이사제를 도입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장을 맡고 있는 전천수 사장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김동진 부회장과 비상임 이사인 뤼디거 그루베 다임러크라이슬러 기획담당 사장, 사외이사인 김동기 고려대 명예교수 등은 재선임됐다. 비상임 이사를 맡아온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은 임기를 2년 남겨두고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LG전자는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일섭 이화여대 교수, 홍성원 G모빌 회장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SK㈜ 주총 안팎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의 표 대결이 SK그룹의 압승으로 끝났다.
SK그룹은 투명경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작업을 성실히 이행해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한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러나 SK와 소버린의 진짜 싸움은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의 이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있을 전망이다. 이번 대결에서 보인 것처럼 외국인 주주들은 대부분 소버린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표면상 드러난 SK의 우호 지분은 SK계열사와 대주주, 산업은행 등 26.2%였다. 여기에 국민연금(3.6%)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가(7.5%)와 국내 시중은행(4.2%), 소액주주(6% 이상) 등이 SK㈜가 추천한 이사후보를 지지하면서 대결은 쉽게 끝났다. 핵심 쟁점인 이사 선임과 관련해 SK㈜는 무려 49.1%를 확보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소버린의 한국 경험이 적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경영할지 예측이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현 경영진이 더 잘 경영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소버린은 외국인 주주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 주주를 설득하지 못해 37.7%에 머물렀다. 소액주주는 1.9%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소버린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 22%(실소유주가 한국인인 외국인투자자 6% 제외) 가운데 20.8%가 소버린을 지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과 소버린의 메인이벤트는 내년 주총 때 있을 것이라고 고려대 장하성(張夏成) 교수는 분석했다.
소버린은 SK㈜ 지배구조개선의 핵심은 최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내년에도 위임장 확보 등 표 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SK㈜의 외국인 지분이 지난해 말 43%에서 최근 55%로 무려 12%포인트 늘었고 이들이 올해처럼 소버린을 지지한다면 내년 주총은 SK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외국인은 단순히 적대적 인수합병(M&A) 재료뿐 아니라 SK㈜의 영업실적 개선을 이유로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내년 주총을 위해 소버린과 나머지 외국인 주주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SK그룹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소버린보다 SK㈜의 현 경영진을 지지해 에너지 및 화학사업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SK㈜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더 유리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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