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주문형 인재 육성’에 거는 기대

  • 입력 2004년 3월 14일 18시 45분


코멘트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해외 이민 및 유학 박람회에는 1만여명이 몰렸다.

미래에 대한 불안, 국내 정치에 대한 혐오, 자녀 교육, 인간다운 삶….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이민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이유는 이처럼 다양했다.

한 20대는 “지방대 졸업자가 겪는 취업과의 전쟁은 처절하다”며 “국내 취업은 힘들 것으로 보여 아예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대체로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최근 331개 기업에 어떤 인재를 가장 필요로 하느냐고 물은 결과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라는 응답이 2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문능력 또는 조직관리기술을 보유한 인재’(25.4%), ‘기업의 핵심역량을 보유한 능력 우수자’(18.7%) 등이 꼽혔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해 대학 성적 등을 토대로 사원을 뽑지만 기업이 원하는 자질을 갖춘 신입사원은 10% 수준”이라며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대학이 공급하지 못해 매년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재교육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재물 리스트로 바로가기

이런 가운데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와 지방대가 이공계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주문형’ 인재를 육성하기로 해 관심이 쏠린다.

만도 오상수(吳尙洙) 사장은 지난달 16일 산학(産學)협력을 통해 업무에 꼭 필요한 일부 과목을 대학생들에게 가르친 뒤 이들을 채용하는 내용의 산학협력 조인식을 경북대와 가졌다.

오 사장은 “자동차산업 발전으로 기계와 전자가 결합된 메커트로닉스 전공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대학엔 이런 과정이 없다”고 말했다.

만도가 올봄부터 경북대에서 추진하는 프로그램의 대상은 전자전기컴퓨터학부와 기계공학부 3학년 학생들. 선발된 20명은 만도가 요구하는 ‘신뢰성 공학’과 ‘자동차 섀시 및 차량 동력학’ 등 5개 과목을 배우고 계절학기마다 만도에서 이뤄지는 현장 실습에 참여한다.

오 사장은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보조비 등을 지급하고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 후 전원 채용할 것”이라며 “4, 5년 효과를 점검한 뒤 다른 대학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독일 기업과 직업학교, 대학들을 둘러보며 제조업 경쟁력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의 힘은 상당부분 취업교육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현업에서 실습을 하고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는 이른바 ‘듀얼 시스템’.

만도의 주문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성공해 더 많은 기업에 확대되고 나아가 제조업 분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면 일자리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젊은이도 줄어들 것이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