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에 비해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만증시는 외국인 이탈이 가시화하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권교체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의 불안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증권가의 속성에서 비롯된 움직임”으로 풀이한다.
▽비틀대는 대만증시=대만증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초강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KOSPI)에 해당하는 자취안(加權)지수가 올해 들어 15일까지 12.6% 상승,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자취안지수가 뚝 떨어졌다. 대만증시에서 외국인들은 12일 사상 최대 규모인 671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15일에도 3357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자취안지수는 6,789(11일)→6,800(12일)→6,635(15일)로 추락했다.
20일로 예정된 총통 선거와 국민투표를 앞두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반대시위가 발생하는 등 정국 혼란이 심화한 게 대만증시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2일 하루 동안 폭락세가 나타났을 뿐 15, 16일 장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도 소폭 매도세에 그치는 등 관망세가 주류를 이뤘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탄핵안 가결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증시 이탈 우려는 접어도 될 것 같다”며 “하지만 정국 혼란이 가시화할 경우 주가 900선을 회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 약세, 선거 후 강세장=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선거 전까지는 820∼870선의 조정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김학균 과장은 “현재 한국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 이외에 주식을 살 만한 사람이 없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약세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증권 김장환 책임연구원도 “탄핵안 가결이 국내 경제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총선 이후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 불확실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위기관리에 보다 주력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각종 정치적인 불안요소가 해소되면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저금리가 당분간 계속되고 국내 내수 소비가 점진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주가는 총선 때까지 82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총선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상반기 중에 950∼1,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박동명 과장도 “과거 10여차례 치러진 총선과 대선 등을 분석해 보면 선거 이후 각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보험과 증권주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며 “올해도 이와 비슷한 유형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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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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