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보증금’ 임대 인기=최근 테헤란로 오피스밀집 지역에는 ‘보증금 0원 임대’ 문구가 적힌 전단지들이 주차한 자동차 앞 유리에 수북이 꽂혀 있다. 한달치 월세를 선납하면 강남권 대로변 사무실도 즉시 임대해 쓸 수 있다는 것. 인터넷 상가매매 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컴퓨터, 팩스, 복사기, 커피포트와 간단한 사무기기들이 갖춰져 있다고 선전하는 곳도 있다. 대개 월세 30만∼50만원대가 많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실직(失職)이나 전직(轉職)을 이유로 샐러리맨들이 자영업자로 변신하면서 소형 사무실 임대 수요는 거꾸로 다소 느는 것 같다”며 “이에 따라 ‘무보증금 임대’도 새로운 임대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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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매물=중소업체들 중에는 임대료 부담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는 곳이 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테헤란로, 강남대로 일대 사무실의 공실률은 지난해 1·4분기(1∼3월) 1.6%에서 4·4분기(10∼12월) 2.1%로, 이어 올해 2월에는 2.4%로 늘었다. 3월에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전망.
테헤란로의 ‘대표 산업’ 중 하나였던 단란주점, 룸살롱, 병원 등도 최근 매물은 많지만 구입 희망자는 적다. 사무실 매매 전문회사인 CS라인컨설팅 컨설턴트들에 따르면 주5일 근무, 접대비 실명제 등의 여파로 인해 이 일대 병원의 20%, 룸살롱의 70%가 매물로 나와 있다.
이 회사 조준선 차장은 “특히 지하 술집들의 경우 음식점으로 업종변경 하기도 힘들어 들어오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층에 따라 400만∼800만원까지 올라갔던 임대료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에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도 불황=역삼동 삼성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3∼4년 전 15%대까지 치솟았던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률도 역세권이 아닌 경우 최근 7%대로 떨어진 곳도 많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매매가 1억3000만원 정도인 오피스텔은 최근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원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거용 오피스텔 신규 공급은 2002년 5830실, 2003년 3만2700실에 이어 올해는 6만6686실로 급증할 전망이며 이 중 상당수가 강남권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강남권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레지던스텔’로 불리는 장기 체류호텔 사업자측에 일괄적으로 경영을 위탁하는 새로운 임대방식도 생겨나고 있다. 업체는 소유자에게 8% 안팎의 고정수익을 보장해 주고 소유자는 업체에 관리 수수료를 지급해 주는 것. 코업레지던스 관계자는 “레지던스텔과 오피스텔의 수요자층이 비슷한 데다 안정된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위탁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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