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일대 빌딩가 “봄은 먼곳에” 매물 줄줄이… 공실률 상승

  • 입력 2004년 3월 16일 18시 48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와 강남대로 일대 오피스가(街)에는 아직 겨울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탓에 임대료 부담을 느끼는 일부 중소업체들은 ‘탈(脫) 테헤란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몇 년 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던 룸살롱이나 병원들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매물로 내놓은 곳이 늘고 있다. 오피스텔도 공급이 증가한 데다 소형아파트나 호텔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레지던스텔 같은 ‘신형 대체상품’의 등장으로 임대수요가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 》

▽‘무(無)보증금’ 임대 인기=최근 테헤란로 오피스밀집 지역에는 ‘보증금 0원 임대’ 문구가 적힌 전단지들이 주차한 자동차 앞 유리에 수북이 꽂혀 있다. 한달치 월세를 선납하면 강남권 대로변 사무실도 즉시 임대해 쓸 수 있다는 것. 인터넷 상가매매 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컴퓨터, 팩스, 복사기, 커피포트와 간단한 사무기기들이 갖춰져 있다고 선전하는 곳도 있다. 대개 월세 30만∼50만원대가 많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실직(失職)이나 전직(轉職)을 이유로 샐러리맨들이 자영업자로 변신하면서 소형 사무실 임대 수요는 거꾸로 다소 느는 것 같다”며 “이에 따라 ‘무보증금 임대’도 새로운 임대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넘치는 매물=중소업체들 중에는 임대료 부담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는 곳이 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테헤란로, 강남대로 일대 사무실의 공실률은 지난해 1·4분기(1∼3월) 1.6%에서 4·4분기(10∼12월) 2.1%로, 이어 올해 2월에는 2.4%로 늘었다. 3월에도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전망.

테헤란로의 ‘대표 산업’ 중 하나였던 단란주점, 룸살롱, 병원 등도 최근 매물은 많지만 구입 희망자는 적다. 사무실 매매 전문회사인 CS라인컨설팅 컨설턴트들에 따르면 주5일 근무, 접대비 실명제 등의 여파로 인해 이 일대 병원의 20%, 룸살롱의 70%가 매물로 나와 있다.

이 회사 조준선 차장은 “특히 지하 술집들의 경우 음식점으로 업종변경 하기도 힘들어 들어오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층에 따라 400만∼800만원까지 올라갔던 임대료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에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도 불황=역삼동 삼성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3∼4년 전 15%대까지 치솟았던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률도 역세권이 아닌 경우 최근 7%대로 떨어진 곳도 많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매매가 1억3000만원 정도인 오피스텔은 최근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원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거용 오피스텔 신규 공급은 2002년 5830실, 2003년 3만2700실에 이어 올해는 6만6686실로 급증할 전망이며 이 중 상당수가 강남권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강남권 오피스텔 소유자들이 ‘레지던스텔’로 불리는 장기 체류호텔 사업자측에 일괄적으로 경영을 위탁하는 새로운 임대방식도 생겨나고 있다. 업체는 소유자에게 8% 안팎의 고정수익을 보장해 주고 소유자는 업체에 관리 수수료를 지급해 주는 것. 코업레지던스 관계자는 “레지던스텔과 오피스텔의 수요자층이 비슷한 데다 안정된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위탁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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