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7일. 매킨토시 컴퓨터를 쓰거나 컴퓨터 운영체제로 리눅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프리뱅크 프로젝트(www.freebank.org)’에 착수했다.
국내의 인터넷 뱅킹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어 리눅스와 매킨토시 사용자는 불편하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한 배경이었다.
처지가 같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이들의 운동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장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권을 유혹하는 적극적인 제안을 덧붙인 점이 주효했다. 이들을 지원하는 은행이 나타나면 일정 금액을 예금하겠다는 참가자들의 약속을 받아낸 것.
이들이 모은 가상 예금은 1년 만에 166억원에 달했다. 참가자는 2200여명으로 1000원에서부터 수천만원까지 예금하겠다고 나섰다. 고액 예금을 약속한 법인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사이버대 곽동수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교수(사진)는 “다수의 논리 때문에 소수가 ‘접근성의 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권익 찾기”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미국 캐나다 등 해외 40여개 금융회사를 조사해 보니 단 하나의 운영체제만으로 인터넷 뱅킹을 서비스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기관들이 운영체제로 윈도만 사용해 온 것은 윈도 사용자가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보안 솔루션과 결제 서비스 또한 윈도를 바탕으로 발달해 왔다.
이에 따라 리눅스 이용자와 매킨토시 컴퓨터 사용자들은 선진 금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들의 꿈이 꼭 1년 만에 이뤄졌다.
15일 신한은행이 매킨토시용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4월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 신한은행은 리눅스 사용자를 위한 인터넷 뱅킹 서비스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곽 교수는 “이번 결실을 계기로 양적 팽창에만 주력해 온 인터넷 업체들이 소수의 사용자를 좀 더 배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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