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영업현장의 불만=주문이 없는데 판매된 것처럼 매출을 일으키는 밀어내기는 주로 월말에 이뤄진다. 업체들이 말일을 기준으로 매월 판매대수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L사장은 “2월 29일 회사로부터 중형차, 1t 트럭 등 한 달 판매량의 10%에 이르는 4대를 팔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2대만 처리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일부 차종의 말일 판매대수가 2월 전체 판매량의 20%에 이르렀다”고 귀띔했다.
직영점과 대리점 등 현장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관계자는 “2월 중순 회사측에 판매압력을 줄여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대리점협의회장은 2월 마지막 주 단식 시위를 벌였고 협의회의 사이버 신고센터에는 ‘월 판매대수가 30∼35대에 불과한데 목표를 지난달 45대, 3월 56대를 주면 죽으라는 것이냐’,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쌓여만 가는 차를 하늘에 보관해야 할 처지’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목표를 달성하면 받는 포상금 때문에 대리점에서 무리하는 것일 뿐 압력은 없다”고 반박했다.
▽왜, 무엇이 문제인가=밀어내기는 영업사원과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업사원의 경우 보관에 따른 주차료 등은 물론 출고일로부터 30일이 지나도 취득세를 내지 않을 경우 취득세의 10∼20%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
대우자동차판매의 한 관계자는 “선 출고된 차는 아무렇게나 보관되기 쉬워 품질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보증기간도 출고한 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만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생산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는 국내의 현실을 감안할 경우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자동차·조선팀장은 “노조 때문에 고용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시간만 단축하면 회사의 부담이 크다”며 “여기다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지 못해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달 초부터 울산 및 아산공장의 일부 라인에서 휴일근무와 연장근무를 없애는 방법으로 준중형차와 소형 포터 등의 생산을 줄이고 있다.
고양=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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