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벌써 서른이라우”…장수비결은 변신과 품질

  • 입력 2004년 3월 16일 19시 17분


오리온 초코파이, 해태제과의 에이스 크래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와 투게더 아이스크림.

지금은 기성세대가 된 30∼50대의 어린 시절 입맛을 사로잡았던 과자 및 유제품이다. 1974년생으로 올해 30세가 되는 장수제품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세상에서 ‘장수 4인방’의 선전은 눈에 띈다. 특히 식음료 업계처럼 소비자 기호가 자주 변하는 분야에서 장수의 비결은 뭘까.


▽장수 4인방의 기록, 기록=초코파이는 현재까지 85억개 이상 팔렸다. 한국 국민을 4700만명이라고 봤을 때 1인당 180개 이상을 먹은 셈이며 한 줄로 이어 놓으면 지구를 15바퀴나 돌 수 있다.

에이스 크래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맛이 똑같다’는 소비자 반응과 달리 실제로는 120차례 이상 맛의 변신을 거듭했다. △커피, 우유, 차에 찍어 먹는다 △치즈나 야채를 끼워 먹는다 등 소비자들이 자체 개발한 ‘요리법’이 많은 과자로도 유명하다.

바나나맛 우유는 가공우유에 들어가는 천연색소의 기준이 되는 제품이다. 지금까지 18억개가량 팔렸는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수족관을 130개나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엄마 아빠도 함께’라는 CM송 가사가 귀에 익은 투게더는 지난해에만 2200만개가 팔렸다. 4인 가족이 1년에 2개씩 먹은 셈이다.

▽끝없는 ‘변신’이 비결=30년 세월 동안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수제품들은 그런 장애물을 마케팅으로, 맛에 대한 연구로,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뛰어넘었다.

초코파이는 78년을 고비로 매출액이 줄면서 사내에서도 ‘수명이 다했다’는 여론이 높았다. 오리온은 이때 ‘정(情)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안용준 파이팀장은 “10년간은 맛으로 승부했다면 그 이후는 마케팅의 승리였다”며 “선생님, 경비원, 삼촌 등을 동원해 88년부터 감성 마케팅을 펼친 결과 초코파이는 ‘인성을 지닌 제품’이 됐다”고 말했다.

열량 소모가 큰 러시아는 초콜릿을 더 입히고 더운 베트남에서는 파이를 더 푸석푸석하게 만드는 식으로 세계화에도 성공했다. 해외에서 유사제품이 출현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에이스는 해태의 크래커 개발팀에서 유일하게 전담팀이 있는 품목이다. 책임 연구원 2명이 주도하고 직원 8명이 보조하는 이 연구팀은 여름에는 소금의 함량을 줄이고, 겨울에는 늘리는 식으로 내용물의 배합을 끊임없이 바꾼다. 대만과 홍콩에는 김치, 커피, 치즈 등 7가지 맛이 들어간 에이스를 수출한다.

30세 먹은 제품들 장수 비결
제품비결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을 강조하는 마케팅
중국 러시아 베트남 수출
해태 에이스30년간 120여 차례 맛 변신
대만 홍콩에는 7가지 맛으로 수출


바나나맛우유240mL 대용량으로 식사대용우유성분 풍부
투게더분유가 아닌 100% 생우유 제품
가족을 중시하는 마케팅
자료=각 업체

▽품질도 만점=바나나맛 우유와 투게더 아이스크림은 ‘변하지 않는 맛’이 마케팅 포인트다.

빙그레 제품연구소 정기화 차장은 “바나나맛 우유는 92년 천연색소로 바꾸기만 했을 뿐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맛이 그대로”라며 “우유 성분이 절반인 다른 가공우유와 달리 86%나 돼 영양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우유는 용량도 240mL로 유지하고 있으며 70년대 지게꾼들이 점심 대용으로 마시기도 했다.

투게더는 90년대 후반 ‘베스킨라빈스’ 같은 가게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분유가 아닌 100% 생우유’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경주 애널리스트는 “장수 브랜드들은 같은 가격대의 다른 제품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경우가 많다”며 “불황기에는 새 제품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요즘 장수제품의 선전이 더욱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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