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짓기 갈수록 어려운 나라…작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27분


길영산업 김귀동(金貴童·59) 사장은 최근 1년 동안 공장을 짓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끝내 충남 금산군에 있는 다른 사람의 공장을 사들여 개조한 뒤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공장용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하지만 법이 바뀌어 공장용지가 1만m²(약 3030평)를 넘지 않으면 인허가가 안 됐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 없는 땅을 더 살 수도 없는 일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해 충청도 일대의 땅값까지 대폭 뛰었기 때문. 그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이미 지어진 공장을 올해 2월 매입해야 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공장 설립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장 설립 승인을 위한 구비 서류와 기간도 2002년과 비교해 약 3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고용 창출과 경기 회복을 위한 제조업 창업을 결과적으로 정부가 앞장서 막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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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잡는 창업규제

17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장 설립을 위한 창업사업계획 승인 건수는 991건으로 전년(1715건)보다 42.2%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4년간(1999∼2002년) 연평균 승인 건수인 1562건의 63%에 그칠 뿐 아니라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978건) 이후 최저치다. 그나마 지난해 승인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2002년에 미리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창업형 공장 설립은 극히 미미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공장 설립 승인 건수가 줄어든 것은 2003년 1월부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이 시행되면서 계획관리지역(옛 준농림지)에서 공장을 세울 수 있는 면적 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02년까지는 준농림지에 공장을 세우려면 대지 면적이 ‘3만m²(약 9090평) 이하’여야 했지만 국토계획법 발효 이후부터는 환경 등을 감안해 ‘1만m² 이상’일 때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영세 자본으로 시작하는 소규모 창업형 공장은 승인 단계에서부터 차단된다는 것.

실제 작년 말 현재 전국 등록 공장 7만9949개 가운데 대지 면적이 1만m² 이상인 곳은 3.8%(2702개)에 불과하다.

공장 설립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관련 절차도 매우 복잡해져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창업경영컨설팅협회에 따르면 2002년까지는 사업계획승인신청서와 토지사용승낙서 등 주요 서류가 6개에 불과했지만 국토계획법 시행 이후부터는 17개에 이른다. 여기에 부수적인 서류를 포함하면 창업 신청자가 갖춰야 할 서류가 50개가 넘는데다 승인 기간도 그만큼 장기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청은 “난개발을 막기 위해 환경 심사 등을 강화한 취지는 인정되지만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기 어려운 창업형 공장 설립은 사실상 금지되고 있다”며 “관련 제도를 부처간 협의를 통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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