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공장 1년중 넉달은 놀려요”…시설 가동률 급격히 하락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48분


제일모직에 의류를 납품하는 J상사 양모 이사(43·여)는 “장안동 봉천동 신림동 등의 하청공장 가운데 최근 3∼4년 사이에 30% 이상은 문을 닫았다”며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1년 중 간절기(5∼6월, 11∼12월) 네 달 이상 공장을 아예 놀리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의류업계의 시설투자와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의류산업협회에 따르면 52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279개사 응답)를 한 결과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총 9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6.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역시 총 109억4000만원으로 2002년의 117억7000만원보다 7% 줄어들었다.

조사대상 업체의 고용인원 또한 지난해 3만3011명으로 98년 6만4395명에 비해 49%나 줄었다.

재봉기 등 주요 의류생산 설비도 외환위기 이후 계속 줄어들어 98년 4만778대에서 2002년 2만3989대로, 지난해에는 2만932대까지 떨어졌다.

또 조사대상 업체 생산공장 702개 중 자가공장 비율은 12.8%로 전년의 13.2%보다 낮아진 반면 하청공장은 87.2%로 전년 86.8%보다 높아져 자가공장 보유보다는 하청 형태의 생산방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생산공장 평균가동률은 자가공장이 85.2%, 하청공장은 83.6%로 나타나 전년(자가 90.2%, 하청 89.0%)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의류산업협회 고재길 기획조사팀장은 “공장이 중국 등 저임금 국가로 옮겨가고 저가 의류의 수입이 늘면서 국내 의류 생산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기존의 소품종 다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꿔 소비자의 반응에 즉각 대응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