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김종석/인허가 절차 투명하게 만들자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48분


정부의 규제는 사람이 늙어가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 있다.

규제도 나이가 들수록 대상을 자꾸 얽매는 쪽으로 간다. 한국의 규제가 외국에 비해 특별히 더 많은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필요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는 안 늙으려고 하지 말고 ‘곱게 늙어가는’ 형식이 돼야 한다. 준수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규제로 만들어 지키는 사람이 규제인지조차 못 느끼게 해야 한다.

규제는 일종의 세금이다. 규제 완화는 적용 받는 자의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액수가 명확한 세금과 달리 규제는 규제권자들의 재량에 달려 있다. 과도한 재량권 독점과 집행자 편의주의, 저질 규제,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가 문제다.

규제의 모호성과 불투명성이 이런 문제의 한 가지 원인이다. 공무원들이 ‘우리가 판단해서 처리해 주겠다’는 식의 규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런 부담은 기업인에게 고비용의 부담을 안겨주고 경제 마인드를 위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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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들의 경우 각종 인허가를 받기 위해 발품을 팔다 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기 마련이다. 창업 관련 규제는 개별적으로 뜯어보면 다 나름의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중복, 누적되다 보니 창업자가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조그만 뒷골목 마당을 하수도 때문에 한 번 파고 통신망 때문에 또 파고… 그렇게 여러 번 팠다가 덮었다 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은 큰 효과가 없다. 서류를 줄여준다거나 원스톱 서비스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목표를 정해 놓는 ‘성과 규제’를 도입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창업 관련 인허가 과정을 ‘일주일’ 혹은 ‘한 달’ 안에 끝내겠다고 정해 놓고 관련 규제를 줄이는 방식이다.

규제권자들은 자신들의 일이 힘들어지는 쪽으로는 규제를 개선하지 않는다. 따라서 규제를 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모든 절차를 다시 바꿔야 한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한국규제학회 차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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