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등 상승 요인이 없는 작은 종목이 비상(飛上)에 성공한 주된 원동력은 실적. 최근 기륭전자는 2002년 50% 미만의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위성라디오 시장의 팽창으로 향후 실적과 주가도 좋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잇따랐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묵직함=최근 증시가 급변동하면서 기업 실적에 다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외풍에 따른 단기 등락과 상관없이 주식을 ‘속 편하게’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근거는 결국 기업가치라는 것.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1·4분기(1∼3월) 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업황이 좋은 대표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특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중소형주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쏠린다.
제일기획은 △올해 광고 시장의 회복 △이동통신시장의 번호이동성 마케팅 경쟁 △올해 아테네올림픽 기간에 진행될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마케팅 등을 이유로 여러 증권사의 매수 추천을 받았다.
하나증권은 17일 “3월이 방송광고 시장 상승세 반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제일기획을 최고 선호 종목으로 제시했다. 굿모닝신한증권과 동부증권 등은 목표 주가를 22만∼2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동국제강 역시 최근 5개월간 80%대 상승세와 업황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주목받는 종목. 빡빡한 수급과 제품가격 인상 등으로 1·4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급등 이후의 조정을 거쳐 다시 전 고점 돌파를 시도 중이다.
▽실적 파워는 사라지지 않는다=대우종합기계와 상화마이크로 BNG스틸 신성이엔지 LG마이크론 등 우량 중형 기업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실적 전망 및 투자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적만 가지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내놨다. 글로벌 유동성과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변동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실적이 힘을 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적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 오성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기 모멘텀이 희석되고 새로운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증시의 관심이 결국 실적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지금은 실적이 차별화될 기업들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소외됐던 중소형주의 경우 주가가 900선 위로 상승을 시도할 때 실적 개선을 이유로 어느 순간 주가 괴리도를 메우는 식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올해 1·4분기에 큰 폭의 실적 호조세 예상되는 종목들 | |
종목 | 이유 |
삼성전자 | 대부분의 증권사가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수준의 실적 예상 |
포스코 | 철강업계 호황, 일본으로의 후판 수출가격 인상 |
삼성SDI | PDP 가동률 증가, 모바일 디스플레이와 2차 전지의 약진, 신, 구 제품간 사업구조 전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성장사이클 진입 등 |
대우종합기계 | 연평균 40% 이상 성장하는 중국 건설기계 시장 기반으로 수출 강화. 기존 엔진 마진율의 2배에 이르는 발전용엔진 생산, 건설중장비 영업이익률 지속 증가 |
동국제강 | 후판공급이 모자랄 정도로 빡빡한 수급, 3월 철강성수기로 철강 파동 우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제품가 인상으로 상쇄 등 |
기륭전자 | 디지털위성라디오와 GPS로의 성공적인 사업구조 전환, 신규브랜드 판매 확대, 공격적인 마케팅 |
제일기획 | 아테네올림픽 공식후원업체인 삼성전자의 마케팅 50% 이상 담당,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해외사업의 수익성 향상, KTF 번호이동성 제도 광고 프로젝트 |
한진해운 | 2003년 4·4분기까지 이어진 큰 폭의 실적 증가세 유지, 3∼4월 아시아-태평양 항로 운임 인상 효과, 탱커와 벌크 부문의 호황세 등 |
이수페타시스 | 휴대전화 및 TFT-LCD용 PCB 등 전 부문의 고른 수요 호조, 가동률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감소 등 |
자료:대우증권 |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