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신청자격 있나요”…‘배드뱅크’ 문의전화 폭주

  • 입력 2004년 3월 21일 17시 42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아셈타워 내 자산관리공사 대강당에 마련된 배드뱅크 콜센터. 자산관리공사 직원 200여명이 3교대로 투입돼 배드뱅크 기능과 신청요건 등 각종 문의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아셈타워 내 자산관리공사 대강당에 마련된 배드뱅크 콜센터. 자산관리공사 직원 200여명이 3교대로 투입돼 배드뱅크 기능과 신청요건 등 각종 문의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배드뱅크(Bad Bank)를 이용하려면 지금 신청을 해야 합니까?”

“5월 중순 이후 배드뱅크가 정식 설립되면 지원 대상자에게 우편 통보를 합니다. 혹시 우편물을 못 받으면 한국자산관리공사 홈페이지(www.kamco.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아셈타워 내 자산관리공사 대강당. 배드뱅크 설립준비운영위원회가 신용불량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18일부터 이곳에서 운영 중인 콜센터에는 신용불량자들의 문의 전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콜센터 직원 3교대 근무

▽폭주하는 문의 전화=배드뱅크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자산관리공사는 콜센터 운영 첫날부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18일 오전만 해도 상담 전화를 30회선 마련했으나 쇄도하는 문의를 감당하지 못해 오후에 곧바로 갑절인 60회선으로 늘렸다.

이튿날에는 70회선으로 늘렸다. 채권 담당 경험이 있는 직원 200여명이 상담원으로 3시간씩 3교대로 투입됐다. 그래도 손이 모자라 임원들까지 교대로 투입됐다.

전화 상담을 하는 직원들의 자리에는 물병이 널려 있었다. 직원 한 사람이 3시간 동안 상담하는 문의 전화는 평균 30∼40건. 교대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서는 직원들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정부는 배드뱅크 이용 기준에 해당하는 신용불량자가 모두 180만명이지만 실제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40만명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원영(延元泳)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배드뱅크 출범 후 3개월 동안 지원 신청을 받을 계획인데 한꺼번에 몰릴 경우 현재 인원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연체 금액을 기준으로 신청 기간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해와 진실=20일 정오, 교대하기 위해 일어선 반완호 신용지원1부장은 “신청 자격을 묻는 전화가 10건 중 8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졸업했으나 3년간 취업을 못해 아르바이트로 대출금을 갚다가 결국 신용불량자가 된 20대의 전화에 눈물이 나왔다”며 “일부 악성 신용불량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로 생계형 신용불량자까지 매도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급여나 부동산이 가압류 중이거나 보증인이 신용불량자가 아닌 채무자의 문의도 많았다. 자신이 빚을 진 금융회사가 모든 채권을 배드뱅크에 넘기는 것은 아니고 일부 회수할 가능성이 있는 채권은 자체적으로 처리하므로 이 경우는 개별 금융회사 창구로 찾아가 조정해야 한다.

최범 해외사업본부장은 “연락이 끊긴 채무자 대신 가족이 대신 지원받아 빚을 갚을 수 있는지, 또 진 빚의 3% 정도를 먼저 갚은 뒤 나머지 빚을 갚을 때 거치기간을 두는지 등을 묻는 전화도 많았으나 아직 협의 중인 부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배드뱅크를 통한 지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며 신용불량자 등록이 해제되더라도 그 기록은 개인신용평가 기초 자료로 남아 각종 금융 거래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범 해외사업본부장은 “그동안 어렵게 빚을 갚아오던 사람들이 정부의 추가 대책을 기대하고 일부러 신용불량자가 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드뱅크 콜센터: 배드뱅크 설립준비운영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상담센터. 배드뱅크 기능과 신청요건 등 각종 문의 상담. 운영 시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오후 6시다. 일요일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02-2193-0300∼4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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