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코닝정밀유리, 영업이익률 3년 연속 50%넘어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02분


비상장기업이고 부품회사여서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삼성코닝정밀유리가 3년 연속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평균의 8배 이상 되는 실적이다. 제조업체는 대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으면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2년 말 기준 국내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7%.

이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7015억원에 영업이익 371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3%에 이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원. 매년 매출이 크게 늘면서 달성한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빛난다.

▽기술의 힘=삼성코닝정밀유리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에 쓰이는 유리를 만드는 회사. 유리를 만든다고 해서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회사의 유리는 일반 유리의 30배, TV에 쓰이는 브라운관 유리의 15배 가격에 팔릴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주로 휴대전화와 PC 모니터, LCD TV의 디스플레이에 쓰인다.

LCD에 쓰이는 유리가 비싼 이유는 제조과정이 반도체 못지않은 깨끗함과 정밀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형 LCD TV에 쓰이는 유리는 야구장 크기 면적의 유리에 먼지가 하나 이상 있으면 불량품으로 간주될 정도로 나노 수준의 깨끗한 표면 품질이 필요하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이 제품을 신(新)퓨전공법이라는 기술로 만들고 있다. 용해로에서 녹은 유리가 사람의 손에 전혀 닿지 않고 허공에서 떨어지면서 0.6mm의 균일한 두께를 가진 정밀 박판유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기술의 극치가 느껴진다.

이 회사는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LG필립스LCD, BOE하이디스 등에 기판유리를 사실상 독점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세계시장 점유율 30%에 달한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의 보상=퓨전공법은 원래 미국 코닝이 1950년대 현미경 등에 쓰이는 광학용 정밀평판유리를 만들기 위해 개발했다.

삼성과 코닝은 90년대 초반 LCD 디스플레이산업이 황금산업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각각 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퓨전공법을 응용해 대형 정밀평판유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전에는 아사히글래스나 일본전기초자 등 일본 업체들만 유리를 연마해 정밀유리기판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신기술로 가격경쟁력과 표면 품질이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 것. 신 퓨전기술 개발에 성공한 두 회사는 50 대 50 비율로 투자해 95년 삼성코닝정밀유리를 한국에 설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구미와 천안에 공장을 두고 있다.

코닝은 또 일본과 대만에도 직접 투자해 해당 국가 LCD업체에 유리기판을 공급하고 있다.

코닝이 투자한 3개 회사 가운데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0%로 가장 많고 이익률도 높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 사장은 “반도체를 만들면서 쌓인 삼성 특유의 제조 노하우와 끊임없는 경영혁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자업계는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성공을 전자산업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혜안과 첨단기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천안=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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