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의 중국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9, 20일 이틀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경제’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장에서였다.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중국 전문가들이 밝힌 ‘중국 경험’, 그리고 중국의 부상(浮上)에 따른 각국의 ‘생존전략’을 소개한다.
▽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과 교육을 통한 업그레이드’=중국 부상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대응은 국외 부문과 국내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국외 부문은 FTA 활성화로 요약된다. 2001년 이후 싱가포르가 FTA 체결을 완료했거나 협상을 마친 대상은 뉴질랜드 일본 호주 유럽연합 미국. 또 캐나다 인도 한국 멕시코와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부문은 민영화,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교육 제도 개혁, 세금 감면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민영화의 경우 통신, 발전, 금융분야 규제를 완화했다. 특히 전형적인 공기업이던 주택국(HDB)은 외환위기 이후 그 기능 중 3분의 2를 민간에 넘겼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한창이다. 올해 창이국제공항 제3터미널이 완공되면 한해 6000만명의 승객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또 ‘국가과학기술플랜 2000’에 따라 총 23억6000만달러가 연구개발 분야에 투입됐다.
지식기반 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 개혁도 단행해 모든 공립학교에 정보통신 과정을 개설했다.
세금과 임금 삭감은 싱가포르가 무역 중심의 강소국의 지위를 누리는 가장 큰 장점.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신규 투자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기존의 22%에서 20%로 낮췄다. 여기에 토지 임대료, 전기료 등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기업 관련 비용도 일제히 인하했고 과감한 임금 삭감도 단행했다.
싱가포르는 1998년 국가임금위원회를 통해 근로자 임금을 5∼8% 낮췄다. 또 국민연금과 같은 CPF에 대한 고용주 부담률을 20%에서 10%로 인하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고용 비용이 15%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 공동화(空洞化)’에 휘청거리는 대만=대만은 2000년 이후 연간 경제성장률이 한번도 4%를 넘지 못했다. 국내 투자가 줄면서 실업률은 5%를 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중국 때문이다. 대만의 직접 해외투자 가운데 절반은 중국을 향했다.
‘자본 유출’과 함께 ‘두뇌 유출’도 큰 문제다. 현재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 사업가 등은 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대만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만 정부는 핵심 경쟁력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한때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국 투자는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수입 반도체에 대해서는 17%의 부가세를 물리는 한편 자국(自國)에서 생산된 반도체에는 사실상 3%를 부과하는 정책을 고집하면서 대만 정부는 결국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대만 반도체 회사들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했다.
대만 정부는 기술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2003년 반도체 설계단지 등 첨단 기술단지를 건설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핵심 기술의 ‘중국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말레이시아, 동남아국가연합(ASEAN) 경제공동체 추진=말레이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말레이시아 국민의 28%가 화교(華僑) 등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말레이시아는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경제 구성체 결성을 추진하게 됐다. 그 결과가 5억 인구를 포괄하는 ASEAN자유무역지대(AFTA)이다.
AFTA의 목표는 2010년까지 공산품과 농산물의 관세를 0∼5%로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것. 관세 인하 대상에 속하기 위해서는 개별 제품 내용물의 40%가 역내(域內)에서 생산돼야 한다.
이 밖에 ASEAN 국가 내 산업 협력을 도모하는 AICO계획, 정보 통신과 관련한 자유무역을 내용으로 하는 e-ASEAN 등도 중국 경제에 맞서 덩치를 키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와 별도로 중국과 ASEAN과의 자유무역지대 창설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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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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