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작년말 일시적 ‘구멍’…韓銀서 빌린 1조 못갚을뻔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15분


지난해 말 정부의 일반회계가 일시적으로 바닥나 한국은행의 차입금 1조원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정부가 다시 한은에서 돈을 빌려 ‘돌려 막기’식으로 돈을 갚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재정경제부와 한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한은에 맡겨둔 일반회계와 연계해 빌린 차입금 1조원을 갚아야 했다.

그러나 세금 납부가 늦어져 당장 갚을 돈이 없고 일반회계에 딸린 차입금 한도(5조원)도 다 써버려 일시적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재경부는 한은에 만기 연장을 요청했으나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따라 한은에 맡겨둔 양곡관리특별회계에 따른 차입한도에서 1조원을 빌려 일반회계 차입금을 채운 뒤 며칠 뒤 들어온 2003년도분 세금으로 한은에 돈을 갚았다.

정부는 세금으로 거둔 재정자금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나눠 한은에 위탁관리하고 있으며 한은은 긴급자금 지원을 위해 회계별로 대출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당국자는 “지난해 정부의 재정 집행 방식이 전자결제식으로 바뀌면서 쓰는 돈은 곧바로 지출되는 반면 세금은 은행을 거쳐 늦게 들어오면서 연말에 일시적으로 수입과 지출의 불일치(미스 매칭)가 발생했다”면서 “국고금 관리법은 한 회계연도 안에 다른 계정의 여유자금을 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자금운용 방식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기율(權奇律)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문위원은 “빌린 돈을 ‘여유자금’으로 보는 것은 관련법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일시적 자금 불일치 때문에 국고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더 거둘 수는 없는 만큼 불요불급한 자금 집행의 시기를 늦추는 등 재정 집행의 계획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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