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벤처 거품 붕괴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자금난이 심각한 벤처업계의 상당수 업체가 빚을 갚기 어려운 것은 물론 연쇄부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5월 벤처 대란(大亂)설’마저 나오고 있다.
22일 재정경제부와 기술신보에 따르면 정부는 벤처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2001년 5월부터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808개 벤처기업과 42개 수출중소기업에 총 2조3234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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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자금 지원은 정부의 출자기관인 기술신보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에 보증을 서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만기가 3년이어서 올 5월부터 만기가 돌아온다.
본보 취재 결과 22일 현재 이 가운데 7개 기업이 조기 상환한 1600억원을 제외하고 기술신보가 앞으로 받아야 할 금액의 원리금(원금+이자)은 2조3000억원. 기업당 평균 27억3000만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기술신보의 한 관계자는 “4200억원은 부도 등으로 이미 돌려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앞으로 발생할 추가손실을 합하면 원리금의 27.2%인 6255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벤처업계와 금융계에서는 벤처기업의 부도 속출과 자금사정 악화로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A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우량 벤처기업도 제때 돈을 마련하기 힘들어 적어도 절반 이상은 갚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업체여서 이들의 연쇄도산은 한국 벤처산업의 공동화(空洞化)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무차별적 지원을 반복할 경우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벤처업계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어 해법이 마땅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원(康元) 수석연구원은 “벤처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기술신보가 또다시 무조건적으로 지원한다면 이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옥석(玉石)을 가려 벤처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머리 CBO▼
여러 기업이 새로 발행한 회사채를 묶은 뒤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CBO. 신용등급이 낮아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하기 어려울 때 공동으로 위험을 부담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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