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03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작년 한국 경제는 수출과 건설부문은 호조를 보였으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의 ―6.9%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03년 국민계정 통계부터 기준연도를 1995년에서 2000년으로 변경하고 통계기준도 바뀌면서 성장률은 한은이 당초 예상했던 2.9%보다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종전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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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의 실질적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 증가율은 전년의 7.0%에서 지난해에는 1.8%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작년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1만2646달러로 2002년의 1만1493달러보다 10.0% 증가했다. 지난해 1인당 명목소득은 종전 최고치였던 96년의 1만2197달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2년의 7.9%에서 작년에는 ―1.4%로 급격히 감소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7.5%에서 ―1.5%로 반전돼 역시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조성종(趙成種)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낮았던 것은 투자와 소비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4·4분기(10∼12월)에 들어서면서 수출 호조로 성장률이 다소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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