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치고 빠지기’ 성공할까… 외국인 매수 둔화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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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의 위축조짐이 뚜렷하다. 이제는 주식 투자를 할 때가 아닌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에서 자산 100억원 이상의 ‘큰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한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가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 대해 놀랐다.

증시가 조정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원금 보장을 추구하는 투자상품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정작 고액 자산가들은 “지금이 저점 매수 시점이 아니냐”며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낸 것.

주가가 주춤하는 사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들은 탄핵정국 이후 가장 많은 ‘사자’ 주문을 내면서 증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외국인들의 동태는 심상치 않다.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상반되는 주문을 내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매수세도 예전만 못하다.

▽‘개미 군단’ 반짝 매수세일까=23일 증시에서 외국인은 1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반면 개인들은 이틀 연속 순매수 공세에 나서며 반등의 일등공신이 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들은 이달 들어 가장 많은 9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같은 개인들의 매수세가 좀 더 이어질지, 곧바로 매도세로 돌아설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는 지적이다. 개미들은 작년 9월 20일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 직후 주가가 하락할 때도 단기 차익을 노리고 증시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치고 빠지는’ 투자패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큰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매수의 지속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춤거리는 외국인=반면 외국인들의 ‘식욕’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23일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92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1일째 이어지던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순매수세도 이날 끝이 났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동안 거래소시장에서 23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왕성한 식욕을 보이던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한국 등 신흥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가 19주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고, 한국증시와 연관성이 높은 신흥시장 펀드도 24주 만에 순유출(9000만달러)을 보였다. 외국인 매수세 둔화를 점치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JP모건 이승훈 상무는 “작년 이후 한국 증시에 집중된 외국인 투자가 대충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며 “미국 증시의 조정과 대만 증시의 폭락도 외국인 매수세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움직임에 주목=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이탈은 없겠지만 조정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 상무는 “추세적인 하락인지, 조정의 장기화인지는 4∼5월까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주가가 900선 이상으로 상승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의 조정국면이 길어지면서 한국 증시의 조정양상도 2∼3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며 “외국인 매매 형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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