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소세율 인하]“內需살리기 하루가 급해” vs “글쎄…”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57분


정부가 24일부터 특별소비세율을 내리기로 함에 따라 침체에 시달리던 내수시장의 숨통이 트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한 자동차 매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24일부터 특별소비세율을 내리기로 함에 따라 침체에 시달리던 내수시장의 숨통이 트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한 자동차 매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내수경기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특별소비세율 인하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 특소세율 인하로 소비심리가 얼마나 살아날지 미지수인 데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돼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23일 자동차 등의 특소세율 인하를 발표하면서 “1월에 ‘자동차와 유류(油類)를 제외한 품목의 특소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고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내수침체가 더욱 심각해질 조짐을 보여 특소세율 인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재경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당장 특소세율을 내릴 계획이 없다’면서도 소비 진작을 위한 특소세율 인하가 임박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15일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와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의 면담 직후에는 “특소세율 인하를 위해 법을 개정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어 이 부총리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섣불리 이야기하면 구매를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는 말로 특소세율 인하 계획을 내비쳤다.

게다가 대한상공회의소와 자동차업계 등의 특소세율 인하 요구와 산업자원부의 건의 등이 잇따르면서 특소세율 인하는 ‘시기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올해 초부터 “특소세율을 내려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박작전’을 펼쳤다.

정부는 이번 특소세 인하에 따라 매월 300억원씩 9개월 동안 2700억원의 세수(稅收)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경부는 세수 감소분을 내수 판매 증가에 따른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 등의 증가로 벌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소세율 인하가 소비 진작에 ‘단비’인 것은 틀림없지만 얼마나 ‘내수 살리기’ 효과를 낼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종규(李鍾奎) 재경부 세제실장은 “지난해 7월 자동차 특소세율을 인하한 이후 자동차 판매가 8월과 9월 다소 늘어났다가 10월부터는 다시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1월에 일부 품목의 특소세 폐지 방침을 밝혔으면서도 지금까지 미루던 재경부가 이 부총리와 정 의장이 만난 지 일주일 만에 특소세를 낮춘 것은 ‘선거용’이라는 느낌을 적지 않게 주고 있다.

이 실장은 ‘총선 이후에 낮출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특소세 인하를 더 미룬다면 ‘내수 위축이 심각한데도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라며 “총선용 정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특소세 인하 Q&A▼

24일부터 특별소비세 세율이 품목별로 1∼6%포인트(20∼30%) 낮아져 승용차와 에어컨, 보석 등 특소세가 붙는 25개 품목의 가격이 떨어진다. 특소세 세율 조정에 따른 변동 사항을 문답(Q&A)으로 알아본다.

Q:낮아진 세율은 앞으로 계속 적용되는지.

A:아니다. 3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정부가 내수(內需)진작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올해 말에 적용 시한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Q:22일에 아반떼 승용차를 샀다. 이번 세율 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는지.

A:원칙적으로 특소세 세율 인하는 24일 0시 이후에 출고된 물품만 적용된다. 22일에 구입했다면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생산 업체에 반품을 하고 새 자동차를 받으면 세율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품질 불량 등 구체적인 ‘반품 사유’가 있어 자동차 회사가 동의할 때만 가능하다.

Q:3월 24일 전에 생산돼 대리점에 있는 에어컨이나 자동차는 24일 이후에 사더라도 낮아진 특소세 세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인가.

A:그렇지 않다. 3월 24일 전에 생산된 물품을 재고로 갖고 있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4월 10일까지 판매확인서나 재고물품확인서, 환급신청서 등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이미 낸 특소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인하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재고신고 및 특소세 환급 과정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밟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Q:이번 조치로 승용차 가격은 어느 정도 떨어지는지.

A:차종이나 배기량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EF쏘나타 2.0GVS(2000cc)’ 모델은 1668만원에서 1648만원으로 1.2%(20만원) 낮아진다.

기아자동차 오피러스(3000cc 기준)는 4063만원에서 3969만원으로 2.3%(94만원) 인하된다.

Q:이번 특소세 세율 인하 대상 품목에 시계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시계 가격이 내린다고 보면 되는지.

A:출고 가격 기준으로 200만원을 넘는 고급시계만 해당된다. 200만원 이하 시계는 특소세 부과 대상이 아닌 만큼 가격이 싸지지 않는다.

예컨대 현재 800만원짜리 시계는 이번 조치로 4.6%(37만원)가량 싸지지만 100만원짜리 시계는 가격 변동이 없다.

Q:프로젝션 TV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놓고 어느 제품을 살지 고민하고 있다. 이번 세율 인하로 어떤 제품이 유리한가.

A:프로젝션 TV는 이번에 특소세율이 8%에서 5.6%로 낮아지지만 PDP TV는 세율 인하 대상이 아니다. PDP TV가 세율 인하 대상에서 빠진 것은 2005년 7월 말까지 0.8%의 잠정 세율(기술개발을 선도하는 물품에 대해 일정 기간 적용하는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

Q:특소세가 붙는 모든 물품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아닌가.

A:그렇지 않다. 정부가 32개 특소세 부과 대상 품목 중 내수 진작 효과가 큰 승용차나 에어컨 등 25개 품목에 대해서만 세율을 낮췄기 때문. 휘발유 등 6개 유류와 PDP TV는 현행 세율을 유지한다. 또 골프장, 카지노, 경마장, 경륜장, 슬롯머신, 유흥주점 입장료에 물리는 특소세도 변동이 없다.

문의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 02-2110-2324∼6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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