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파크’ 열풍에 맥못춘 증시…고객예탁금 5일째 감소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41분


“부동산이 건재한데 주식시장에서 힘쓸 필요가 있을까?”

주식시장이 주상복합아파트 ‘시티파크’ 청약열풍이 던진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잠자던 ‘대박심리’를 부추기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개미’들의 증시 이탈을 걱정할 정도다.

실제로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수천만원의 청약대금 마련을 위해 보유주식을 내다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객예탁금은 최근 5일 연속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투자심리의 위축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이 수익성과 리스크 측면에서 주식보다 더 좋은 투자환경을 갖추고 있다면 구태여 주식투자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25일 주식시장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선물시장의 등락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춤추는 맥빠진 장세가 이어졌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주가는 장중 내내 기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었다.

▽왜소해진 주식시장=A증권 목동지점에선 23, 24일 시티파크 청약을 앞두고 20여명의 고객이 예탁금을 3000만원짜리 수표로 끊어 인출했다. 이 중 절반은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직접 찾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주식을 팔아 청약자금을 마련했다고 목동지점 관계자는 귀띔했다.

B증권 삼성동지점에서도 10∼15명이 3000만원짜리 수표를 무더기로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 박용선 종로지점장은 “시티파크 때문에 당분간 투자심리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객장에서 주식 얘기는 사라지고 시티파크 다음에 물건이 될 만한 부동산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투자자들의 모습만 보였다며 씁쓰레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증권관계자들은 시티파크에 몰린 청약자금의 규모(8조원대)에 말문을 잃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24일 현재 8조7858억원)의 90%를 웃도는 규모다. 고객예탁금은 최근 5일 동안 5670억원가량 감소해 이 자금의 상당부분이 시티파크 청약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시티파크 청약자금은 이 밖에도 순수 주식형펀드 잔액(23일 현재 9조470억원), 외국인의 올해 순매수잔액(24일 현재 7조5204억원) 등 증시자금 지표와 견줄 만한 위세를 떨쳤다.

▽단타(短打)만 있고 장기투자자금은 없다=개인투자자들은 최근 3일 동안 3545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일각에선 ‘개미들의 증시 참여가 본격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개인들은 25일 소폭이지만 다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최근 개인들의 주식매매는 ‘치고 빠지는’ 단타 매매가 주류를 이룬다”며 “단기차익을 노린 발 빠른 저가매수세로 목표를 달성하면 증시를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개인 거액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부진한 것은 대체투자로서 부동산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시티파크로 ‘부동산 시장이 죽지 않았다’는 게 입증된 이상 개인자금의 증시 유입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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