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열풍’ 중국을 가다 … 한국發 자금 급증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41분


한국업체 SR개발이 중국 선양시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단지. 선양시는 ‘훈남신구 개발’로 도시전체의 압축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선양=조인직기자
한국업체 SR개발이 중국 선양시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단지. 선양시는 ‘훈남신구 개발’로 도시전체의 압축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선양=조인직기자
《중국의 부동산 개발 바람이 거세다. 건설업체들은 전 세계 ‘T자형 크레인(고층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설비)’의 80%가 중국에 있을 것으로 추산할 정도다.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 상하이는 2010년 엑스포를 앞두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주택과 초고층 빌딩의 공급이 계속 늘고 있다. 대도시 최고급 빌라의 경우 분양가도 1m²당 2만위안(한국 기준으로 평당 1000만원)이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선양(瀋陽), 다롄(大連)을 비롯한 동북지역이나 하이난섬(海南)같은 외곽지역까지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컨트리 리스크’가 많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북지역도 개발 붐=“서울 강남이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입니다. G7 국가 도시들의 강 주변 개발 계획을 다 검토한 결과입니다.”

18일 중국 선양시 시부대로(市府大路)에 있는 선양시 인민정부. 5월 19일부터 펼쳐질 ‘한국 주간’ 문화행사를 앞두고 시가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천정가오(陳政高) 시장은 훈남신구(渾南新區) 개발계획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한강’ 같은 존재인 ‘훈하’(渾河) 남쪽지역을 개발, 중공업 단지였던 이 일대를 경제 상업 교육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선양시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단기간에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루기에는 자본유치력이나 지정학적 위치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의 건설사로는 현재 SR개발이 진출해 ‘SR신성’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고 있다. 1기 1300여가구에 대해서는 70%정도 공정이 끝났고 일반분양도 실시 중. 이 회사는 2005∼2007년에 걸쳐 2000여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SR개발 강남주 사장은 “지난해부터 분양을 했으나 평당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한 탓인지 현재 280여가구만 분양이 됐다”며 “훈남신구를 포함한 동북개발이 진행 중이니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는 최근 고소득층이나 외국인을 위한 대규모 고급아파트단지와 빌라촌이 속속 건립되고 있다. 사진은 몇 년 전 분양된 ‘만다린 시티’로 이 고급주택단지는 부지면적 중 녹지공간이 50%가 넘는 쾌적함으로 인기를 모았다. 상하이=조인직기자

▽한국발 투기바람=베이징의 한국인 주 거주지역인 왕징(望京)지역에는 최근 조선족 가이드를 대동한 ‘부동산 투어단’이 하루에도 몇 번씩 다녀갈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이 오고 있다. 현지 가이드로 활동 중인 김송화씨는 “은행에서 ‘모기지론’으로 자금의 60∼70%를 대출받아 집을 여러채 사놓고 가는 사람들도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 투자에 대한 성공사례보다 ‘실패담’이 더 많이 퍼져 있다. 대표적인 게 중국교포나 체류자들과 제휴를 맺어 명의를 빌린 뒤 사기를 당한 경우. 또 아파트든 사무실이든 공실률이 10%를 웃도는 현실임에도 ‘월 임대료 3000달러 이상’이란 말에 혹해 집을 사놓았으나 세가 나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은행이 아닌 사설 환치기 조직을 이용해 싸게 환전을 한 뒤 중국에서 번 돈을 한국으로 송금하려다 많은 세금과 과태료를 물었다는 사례도 전해진다. 주변의 개발계획만을 의식해 미분양된 아파트를 구입했다 수년째 자금이 묶여 있는 경우도 많다.

▽‘묻지마 투자’ 주의=LG건설 남공호 베이징지사장은 “자세한 시장조사 없이 막연히 ‘중국도 한국처럼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이다’는 생각만 갖고 중국을 찾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강사 박준희(朴俊熺)씨는 “가급적 현지 주재원, 상사원이나 외국인들 사이에서 거래가 활발한 주택으로 눈을 돌려야 그나마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급량이 많은 지역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값어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 우림건설 김수영 상하이지사장은 “집값이 한국처럼 계속 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국인들은 굳이 헌 집을 비싼 돈을 주고 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지역은 평균 임대수익률 50% 이상’ 따위의 선전문구도 믿을 것이 못된다는 것이 중론. 워낙 넓은 땅에 많은 가구들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지역의 주택가라도 같이 한 묶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베이징·선양=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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