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우리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된 황영기(黃永基·사진) 행장은 우리금융지주회사의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회사의 지배구조와 회계제도 등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더 높은 값에 팔려면 질적으로 보충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계 판도 변화를 네 단계의 ‘금융 대전’으로 규정하고 우리금융을 이끌 방향을 밝혔다.
외환위기 직후 1998∼99년의 1차 대전은 금융회사들이 부도를 피해 살아남는 전쟁, 2000년부터 지금까지는 살아남은 자들이 덩치를 키우는 2차 대전이 진행됐다는 것.
“이제부터는 은행, 증권, 투신, 보험, 카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화의 싸움입니다. 최종 승패는 부문간 시너지로 질적 효율화를 기하는 싸움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황 사장은 우선 복합화를 위해 LG투자증권, 대한 및 한국투자증권 등 세 회사 가운데 하나를 인수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주가에 영향을 주는 유상증자보다는 주식을 맞바꾸는 방식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에 우리금융 지분 3%를 주고 합작보험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키로 했다. 단독 보험사 설립이 우리금융의 중장기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을 민영화해 12조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일은 당초 시한인 내년 3월 말까지 추진하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더 연장키로 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황 행장이 97년부터 99년까지 삼성생명에서 일하며 당시 한빛은행과 함께 삼성자동차 등을 부당지원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황 행장은 향후 삼성그룹과의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삼성자동차 부채 회수 문제는 서울보증보험이 주도하고 있으며 기존 방안대로 추진될 것입니다. 또 삼성그룹과는 어떤 의혹도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 행장은 다음달 말까지 집행임원 인사와 지점장 인사를 단행하고 내부 정비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황 행장은 30일 우리금융 회장으로 공식 선임돼 행장과 회장을 겸임하게 된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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