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돌아오는 어음을 이리저리 막으며 버티고 있지만 은행에서 빌린 돈은 갚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은행으로부터 수차례 채무독촉 전화를 받았지만 경기가 풀리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3.2%에서 올 2월 말 3.8%로 0.6%포인트나 올랐다.
중소기업 지원을 전담하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작년 말 1.82%에서 올 2월 말에는 2.78%로 치솟았다.
기업대출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90%인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2.02%에서 2.93%로 1%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이 밖에도 조흥은행은 3.49%에서 4.19%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1.81%에서 2.19% △신한은행은 1.12%에서 1.5%로 각각 올랐다.
은행권은 ‘분기 말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중소기업 연체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은행들은 통상 실적 관리를 위해 매분기 말에 연체율을 최대한 끌어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에 따라 분기 말에는 연체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3월 말이 다가오는 데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오히려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전망과는 달리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중심의 소규모 중소기업과 소호(SOHO)기업 등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가계 대출보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달 중 중소기업 연체 채권을 2000억원 이상 매각 처리할 계획이며 하나 국민 조흥 기업은행 등도 각각 200억∼1000억원을 상각 처리해 연체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방침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상각 처리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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