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농업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품목인 데다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주곡(主穀)이기 때문에 재협상 자체가 올해 최대 농정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한국은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매년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쌀 관세화를 10년간 유예받았다. 이 조치가 올해 말에 끝나기 때문에 한국은 쌀 시장 개방에 대해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
협상 상대국은 이번에 협상 참가 의사를 밝힌 호주 외에도 미국 중국 태국 등이 꼽힌다. 협상 상대국과 9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쌀 시장은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무역분쟁 소송 절차를 밟거나 협상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명분이냐 실리냐=일단 관세화 유예에 비중을 두고 협상에 임할 방침이다. 시장 개방을 전제로 한 쌀 관세화가 농민들의 극렬한 반발을 살 우려가 높기 때문.
여기에다 미국 중국 호주 등 쌀 수출국들과 가질 재협상에서 시장 개방을 최소화하는 ‘협상카드’로 이용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처음부터 관세화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보다 관세화 유예 문제부터 논의해 쌀 수출국의 ‘협상력’을 어느 정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한국이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면 쌀 수출국들이 관세화로 전환했을 때 수출할 수 있는 물량보다 더 많은 ‘저율관세 할당물량(TRQ)’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쌀 수출국들이 한국 정부에 관세화 유예라는 ‘명분’을 주는 대신 더 많은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실리’를 찾을 수도 있다. ‘관세화로 가는 것이 차라리 이득’이라는 일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인 쌀 수출국들=미국은 캘리포니아산 쌀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좋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주한 미군을 통해 시중에 불법 유통된 캘리포니아산 쌀이 한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은 만큼 쌀 시장이 개방되면 충분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쌀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관세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관세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호주산 쌀에 비해 수송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생산 단가도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
호주는 쌀 재협상에서 시장 개방 폭을 완화해주는 조건으로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와 밀 등에 대한 수입량을 늘려주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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