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권 지켰다…엘리베이터 주총 현정은회장측 압승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34분


30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자 KCC 김문성 상무가 눈을 감고 있다. 이천=김미옥기자
30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자 KCC 김문성 상무가 눈을 감고 있다. 이천=김미옥기자
7개월을 끌어 온 현대그룹과 금강고려화학(KCC)의 경영권 분쟁이 현대그룹의 완승으로 끝났다.

KCC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를 일으켜 세운 정씨 가문의 혈통을 잇겠다”며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불법적 주식 취득과 대의명분 부족으로 패배했다.

시삼촌과 조카며느리가 경영권을 놓고 싸운 이번 사태로 KCC와 정 명예회장의 이미지가 꽤 훼손됐다. 또 경영권 싸움에 회사의 역량을 낭비해 후유증도 적지 않다.

▽현대그룹, 표 대결에서 압승=30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예상대로 현대그룹이 완승했다.

의결권 행사가능 주식의 64%가 참석한 가운데 현정은 회장의 이사 선임건은 찬성 77.8%, 반대 22.2%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KCC는 KCC 정몽진 회장을 이사후보로 추천했던 주주제안을 철회하고 중간에 퇴장했다.

KCC는 일부 현대가문 회사에서 의결권을 위임받았지만 대세가 현 회장 쪽으로 기울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승부는 법원이 29일 KCC의 지분 7.5%에 대해 의결권 제한결정을 내리면서 이미 현대그룹으로 기울었다. 또 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이 주총에 불참하는 등 현대가문도 중립으로 돌아서 KCC는 외톨이 신세가 됐다.

반면 현대그룹은 똘똘 뭉쳐 소액주주 위임장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KCC의 인수 과정과 실패 이유=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은 작년 8월 고 정몽헌 회장이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갑작스러운 경영공백으로 그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미국계 투자펀드인 GMO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10% 이상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위협한 것.

이에 KCC 정 명예회장은 9개 현대가문 회사를 동원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6.2%를 매입해 경영권을 지키는 지원군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10월 말 현 회장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정 명예회장은 11월 초부터 비밀리에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여 11월 14일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지원군이 점령군으로 뒤바뀐 것.

하지만 5% 공시의무 위반 혐의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78%에 대해 정부가 주식처분명령을 내리면서 KCC는 불리해졌다. 또 현대그룹 인수의 대의명분을 확보하지 못해 현대가문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현대와 KCC의 미래는=현 회장은 현대아산, 현대상선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 이사까지 맡아 이른바 ‘현정은 체제’를 굳힐 전망이다.

현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통해 현대그룹의 재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번 승리를 계기로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북사업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CC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모두 팔고 현대에서 완전히 손을 뗄 전망이다.

KCC 김문성 상무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총 결과를 100% 수용한다. 소액주주 피해가 없도록 장외에서 현대에 파는 방안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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