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담에는 PR게이트의 안현서 팀장, 에스팀의 김소연 실장, 위즈플랜의 강지원 실장이 참가했다. 경력은 10∼14년 됐으며 현재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베테랑급에 속한다. 민감한 이야기도 털어 놓기 위해 대화는 익명으로 처리했다.
▽VIP 마케팅=“내 생각엔 명품 시장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 예전에는 이름을 알리기 위한 행사가 많았잖아. 이제는 인터넷만 들어가면 금방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명품이 대중화됐지. 해외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데도 한국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서비스 때문이거든. 백화점마다 VIP룸을 따로 두고 10여명 초청해서 특정 브랜드 패션쇼를 열고, 현장에서 주문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
“요즘 시대가 그렇듯이 명품도 20 대 80이 확실히 적용되지. 소수가 매출을 올려주기 때문에 주문생산이나 소수를 위한 쇼도 많잖아.”
“일단 정성을 들여 마니아로 만들면 그만큼 수익이 생기니까.”
“한 번은 한 사람만을 위한 패션쇼를 한 적이 있어. 그 사람이 올리는 매출이 몇십 명이 올리는 매출을 능가하니까. 한 사람을 위해 모델을 5, 6명 섭외하고, 음향장비도 준비하고, 호텔 케이터링도 부르고. 친구 몇 명과 함께 쇼를 본 뒤 그 사람이 산 물건은 자그마치 5000만원어치더군.”
“한 가족을 관리하기도 하지. 딸의 생일 때, 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쇼를 여는 거야. 그 집에 찾아가서 방 하나는 액세서리 전시룸으로 꾸미고, 다른 방에서는 쇼를 열고. 행사비용은 한 800만원? 순이익도 800만원이 넘으니까 그 가족이 한 번 행사에서 사는 명품은 수천만원어치지.”
“태평양의 설화수는 한방 명품 화장품이잖아. 나온 지 7년 만인 올해 리뉴얼된다지? 마니아 클럽을 조직해 운영하지. 각계 인사를 초청해서 수시로 행사를 열고 설화수의 대변인 역할을 하게 만들지. 미술작가가 회원이라면 태평양에서는 전시회 지원도 하더군. ‘대장금’으로 유명한 궁중음식전문가 한복려씨도 설화수 회원이야.”
![]() |
▽모델=“모델다운 모델은 어떤 옷을 줘도 소화하지. 아유, 그런 애들 보면 이뻐 죽겠어. 해외진출도 밀어주고 싶고.”
“사람만 튀지 않고 옷과 사람이 조화되는 거. 톱 모델의 요건이지. 쉽지는 않지만.”
“요즘은 연예인들처럼 모델도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옷에 대한 예의’가 없어.”
“제대로 된 모델들은 쇼 전에는 항상 서 있잖아. 옷이 구겨지면 어떡해.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서 있고. 먹지도 않고. ‘도리’를 안다고 할까.”
“인간적 소양을 갖추기 전에 스스로 뭔가 된 줄 아는 애들 있잖아. 보통은 생명력이 짧지 않아?”
“어떤 애들은 안 그래. 무대에 서면 딴사람이 되는데 어떡하겠어.”
“참 이상한 게 인간성은 엉망인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아이가 있어. 성실하고 기본이 돼 있어서 밀어주고 싶지만 안 되는 아이도 있고.”
“그래도 결국 끝에 남는 건 노력하고 인성이 좋은 아이들이더라.”
▽무대 뒤에서=“길가다가 실밥이나 머리카락 붙어있는 사람을 보면 손이 먼저 나가서 그걸 떼. 무대 서기 전에 모델들 정돈해 주잖아. 직업병인가봐.”
“무대 뒤는 전선이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으면 죽음이잖아. 모델이 급하게 나가다 넘어지면 옷 찢어져, 몸 다쳐, 행사 차질 생기지. 자꾸 정돈하는 버릇이 생겨 그런지 집안에서도 TV 전선, 전화줄 다 치워.” “행사 전에 나는 밥을 못 먹어. 배고픈 것도 못 느끼지. 스태프들은 처음에는 같이 안 먹다가 이제는 적당히 알아서 먹더라고.” “향수 같은 뷰티 행사는 특히 냄새나면 끝장이지. 행사 음식들 봐. 젖은 음식이나 냄새나는 음식은 없잖아.”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