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름값이 뛰면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이나 운행을 억제하면서 자동차회사나 정유회사의 매출이 떨어지고 기름값의 인상은 전체 물가의 인상으로 이어져 기업 전체에 부담을 준다.
고(高)유가의 첫 희생자는 항공회사. 대한항공은 1배럴당 유가가 1달러 상승할 때 300억원, 아시아나 항공은 150억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연초에 유가를 1배럴당 30달러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짰다. 그러나 3월초부터 유가가 30달러를 넘어서 경영에 압박을 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율도 비축기지에 1개월분의 연료에 해당하는 85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워킹그룹을 결성했다. 20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전사적으로 아이디어를 모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1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 연간 43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한국 전력은 고유가가 계속되는 상황에 대비해서 여름철 전력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냉방수요가 많은 7월말이나 8월말에 집단휴가를 가는 공장에는 전력요금을 깎아주는 탄력요금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부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운업계는 해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여서 원유가 인상 비용을 해상운임에 전가시킬 수 있어 그나마 나은 편. 해운업체들은 기름값이 싼 로테르담, 싱가포르, 뉴욕에서 기름을 많이 넣도록 유도하고 배의 운항속도를 경제속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PVC나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수출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나 국내는 경기가 좋지 않아 원료비 인상을 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하고 있다.
석유 값을 1주일에 한번 씩 조정하는 정유업계 역시 현물시장에서 싼 값으로 원유를 들여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 값 인상과 석유소비의 감소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로 허덕이고 있는 자동차업계 역시 고유가 행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GM대우 측은 3월 한 달 간 실시하려던 마이너스 할부제도를 4월말까지 연장하고 고유가시대를 맞아 경차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외국 메이저 자동차회사들에 비해 소형차를 수출하는 현대 기아차는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공정호 연구위원은 "미국 소비자들이 소형차를 찾을 가능성이 높고 그 혜택은 현대 기아차가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