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계 경기회복과 중국 특수(特需)에 힘입어 12월 결산 상장 제조업체의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일 증권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521개 상장사의 작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순이익은 사상 최대치였던 2002년(26조964억원)보다 30.03% 감소한 18조2609억원에 그쳤다. 전체 매출액도 480조5008억원으로 1.16% 감소했다.
12월 결산 767개 코스닥 등록기업의 작년 매출액은 53조2196억원으로 전년 대비 0.01%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4691억원으로 25.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각각 전년 대비 2.8%, 1.5%씩 감소했다.
매출과 순익 감소는 작년 초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이라크전 발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파문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내수침체까지 가세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수출경기 회복과 중국 특수에 힘입어 순이익이 25조2512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6972억원)에 비해 6.5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8조3157억원으로 8.32% 늘어났다. 각각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81%로 전년 동기 대비 0.78%포인트 증가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88원의 이익을 남겨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금융업은 가계대출 부실에 따른 연체율 증가와 신용카드사의 대규모 적자로 6조990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상장 제조업체들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현재 99.27%로 사상 처음으로 100% 밑으로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 전망과 정치 불안으로 신규 투자를 줄이는 소극적인 경영에 몰두한 결과라며 “미래 성장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 운수장비 건설 등 수출업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반면 유통 통신 등 내수 관련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수출과 내수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한편 코스닥 기업은 정보기술(IT)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IT 업종 340개사의 작년 매출액은 25조36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줄었고, 적자 규모도 1663억원이나 됐다. 그런 가운데 인터넷 업종은 2002년 899억원 적자에서 작년 703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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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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