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기업 실적이 작년 3·4분기(7∼9월)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쯤에 피크를 치면서 또 한 차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기대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제조-수출-대기업’은 실적이 좋아진 반면 ‘금융-내수-중소기업’의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수출기업은 지난해 세계 경기의 회복과 중국 특수(特需) 수혜를 톡톡히 봤지만 내수업종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상장 509개 제조업체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사상 최고 실적을 냈던 2002년에 비해 각각 8.32%, 6.56% 증가했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철강금속업과 운수장비업의 순이익은 각각 70.3%, 51.5% 급증했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의 순이익 역시 수출 호조에 힘입어 각각 79.8%, 21.2%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D램 가격이 회복세로 들어선 작년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비해 금융 유통 통신 등 내수업종의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LG카드의 순손실 규모는 5조5988억원에 이르러 52개 적자 전환사 가운데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또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은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와 신용카드 부실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각각 7533억원과 213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들 3사의 적자(6조5659억원)는 금융업 전체 적자의 93.9%, 상장사 전체 순이익 감소분(7조8356억원)의 83.8%를 차지해 ‘카드 발 금융위기’의 파장을 실감케 했다.
또 유통업과 통신업의 순이익도 각각 33.8% 27.8% 급감해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총 매출액은 189조5694억원으로 전년대비 9.56% 감소한 반면 순이익은 12조9617억원으로 6.49%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순이익은 전체 12월 결산 상장사 순이익(18조2609억원)의 70.98%를 차지해 이익의 편중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편 코스닥기업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나빠졌다. 비금융업종의 매출이 전년대비 0.04%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4%, 31.3% 감소했다.
그나마 인터넷 업종이 흑자로 돌아서고 휴대전화 및 LCD 관련 부품업종의 매출액이 증가한 점은 눈길을 끌 만했다.
▽사상 최저 부채비율의 명암(明暗)=상장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99.27%로 한국은행이 78년 부채비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100% 밑으로 떨어졌다. 순이익이 늘어난 데다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재무구조가 튼튼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행 빚도 많이 갚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도 우량 제조업체들의 부채비율은 100%를 훨씬 넘는다”며 “투자를 회피하는 등 지나친 소극 경영으로 향후 성장성 감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와 인력을 줄이고 돈 되는 사업에만 몰두하는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 양상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포인트=지난해 기업 실적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당장 주식을 사고파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지난해 얼마나 장사를 잘 했는지, 기업의 ‘기초 체력’은 어느 정도인지, 성장성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가치투자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이익 지표가 골고루 호전된 종목의 투자 가치가 높지만 당기순이익 등 일부 지표만 보고 기업을 판단하면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서울증권 박승원 투자분석팀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895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올해는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으로 본다”며 “당기순이익보다 영업이익 경상이익을 함께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이익지표 비교 (단위:억원, %, %P) | |||
그룹 | 구분 | 2003년 실적 | 증가율 |
삼성 | 매출액 | 711,332 | -25.36 |
순이익 | 67,980 | -18.26 | |
부채비율 | 52.26 | -5.34 | |
SK | 매출액 | 288,240 | 6.36 |
순이익 | 20,901 | 38.77 | |
부채비율 | 155.30 | 3.72 | |
현대자동차 | 매출액 | 491,624 | 6.26 |
순이익 | 33,733 | 25.83 | |
부채비율 | 100.70 | -12.49 | |
한진 | 매출액 | 141.413 | 7.00 |
순이익 | 984 | -82.01 | |
부채비율 | 303.84 | 13.57 | |
한화 | 매출액 | 38,389 | -12.57 |
순이익 | 2,366 | 흑자전환 | |
부채비율 | 194.99 | -31.81 | |
현대중공업 | 매출액 | 93,560 | 2.60 |
순이익 | 1,470 | 흑자전환 | |
부채비율 | 208.91 | -41.58 | |
현대 | 매출액 | 9,106 | 6.27 |
순이익 | 861 | 193.64 | |
부채비율 | 50.11 | -40.23 | |
금호 | 매출액 | 30,050 | -17.56 |
순이익 | 416 | 흑자전환 | |
부채비율 | 172.77 | -152.76 | |
두산 | 매출액 | 52,122 | -11.83 |
순이익 | 597 | 흑자전환 | |
부채비율 | 198.24 | 18.26 | |
동부 | 매출액 | 39,857 | 4.82 |
순이익 | 309 | 263.40 | |
부채비율 | 128.65 | -4.03 | |
*공정거래위 선정 출자총액제한 그룹 가운데 공기업을 제외한 10개 그룹. **LG그룹은 합병, 기업분할 등으로 비교 불가해 제외. ***SK네트웍스, 현대상선은 2002년 감사시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처분 받아 제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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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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