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영화투자, 제작, 배급을 포괄하는 영화제작사업부를 별도 법인 형태의 자회사로 분리키로 결정했다. ‘플레너스…’ 대주주인 방준혁씨와 2대 주주인 강우석 감독이 물밑 접촉을 벌인 끝에 강 감독이 자회사를 사들여 독립 경영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자회사의 매입비용은 대략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네마서비스의 독립이 가시화되자 경쟁관계에 있는 CJ, 그리고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와 배급사 ‘쇼박스’를 보유한 오리온이 강 감독에게 동시에 ‘러브 콜’을 보냈지만 강 감독은 CJ를 택했다.
강 감독은 “CJ, 오리온, 또 다른 대기업 등 세 곳과 접촉을 가진 끝에 CJ로 결정했다”면서 “1년에 영화 3편을 CJ에 제공하는 대신 독립적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계약의 골자”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자신이 보유한 ‘플레너스…’ 주식을 처분해 마련하는 400억 원 외에 모자라는 자금은 외국계 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 CJ로부터 각각 200억원 안팎을 빌려 ‘플레너스…’의 자회사를 매입할 계획이다.
CJ와 시네마서비스의 이 같은 제휴에는 강우석 감독, CJ,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의 물고 물리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먼저 CJ는 온라인 게임업체 넷마블을 보유한 ‘플레너스…’ 인수를 통해 온, 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발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실제 CJ는 1일 공시를 통해 모(母) 회사인 CJ그룹과 함께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 인수를 목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CJ 최평호 상무는 “빠르면 이번 주 내로 ‘플레너스㈜시네마서비스’에서 영화부문을 뺀 나머지 게임과 온라인 포털 부문을 인수할 것”이라며 “앞으로 시네마서비스와는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CJ측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배급하며 세력을 크게 확장한 오리온 측에 대한 견제도 노리고 있다.
이에 비해 강 감독은 대기업의 간섭을 받지 않는 영화 중심의 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플레너스…’ 대주주인 방준혁씨는 유리한 조건 하에서 영화사업부문 또는 회사 전체의 매각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태풍의 눈’으로 꼽혔던 강우석 감독의 선택이 결국 CJ와의 ‘악수’로 마무리됨에 따라 영화계에서는 앞으로 오리온, 롯데 등 경쟁업체가 어떻게 나올지 그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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