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적대적 M&A 스스로 방어를”…재계 반발

  • 입력 2004년 4월 6일 17시 40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출자총액규제를 완화하고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를 도입하자는 재계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공정위는 특히 “어항 속에 메기를 넣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메기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움직임이 빨라져 생기를 잃지 않는 것처럼 외국인의 적대적 M&A 위협은 국내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공정위가 기업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 양측의 견해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 “적대적 M&A 가능성 낮다”=조학국(趙學國) 공정위 부위원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적대적 M&A 방어수단으로 출자총액규제를 완화할 경우 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더욱 왜곡되고 투자보다는 경영권방어에 자금이 충당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계열사간 출자로 인해 소유구조가 불투명해지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해 오히려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

조 부위원장은 차등의결권 주식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 노력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황금주(경영진 또는 대주주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1주) 제도는 기업 경영권 보호수단보다는 공공의 이익 등의 목적으로 적용 범위와 유효기간을 정해 한정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경우 48.2%에 이르는 높은 내부지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주주 지분이 취약하거나 경영에 문제가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계 기업의 적대적 M&A가 실제 시도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반발하는 재계=이에 대해 재계는 ‘공정위가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집착하면서 현재 한국 기업이 처한 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출자총액규제에 묶인 기업들이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양금승(梁金承) 경제법령팀장은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외국자본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라며 “공정위의 태도는 한국 기업들이 어떤 외국자본에 넘어가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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