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한국 경제의 현주소]설땅 없는 한국제품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05분


《부가가치가 낮은 저가 가전제품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이 가속화하면서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마크가 찍힌 가전제품의 종류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은 경직된 노사관계 외에도 고임금 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이어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와 관련해 고부가가치 대체 제품의 육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전자레인지 생산시설인 경기 수원공장 생산라인을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했다고 6일 밝혔다.》

전체 전자레인지 생산량의 20%를 생산해온 수원공장 라인의 철거는 중국 업체들의 지속적인 가격 공세 때문이다.

삼성전자 염철진 과장은 “전자레인지 세계 3위 업체인 중국의 거란쯔(格蘭仔)의 가격 공세에 맞서 굽는(그릴) 기능이 있는 고급 전자레인지 위주로 국내에서 생산했지만 올해에도 중국 기업이 20%나 가격을 인하하는 등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원공장에서 최대 6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수원공장이 맡던 전자레인지 생산본부 기능은 1991년부터 전자레인지를 생산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로 이관됐다.

수원공장에서는 2000년까지만 해도 600여명의 직원이 연간 550만대의 전자레인지를 생산했으나 가격경쟁력 상실에 따라 고급제품 위주로 연간 170만대 정도 생산해오다 이번에 라인이 완전 폐쇄됐다.

삼성전자는 국내 PC 생산라인도 2005년까지 해외로 완전히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TV 생산량의 80%와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의 60%가량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경남 창원공장에 연간 370만대의 전자레인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LG전자는 아직 해외이전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로 위협을 느끼고 있다.

LG전자는 2001년 소형카세트와 유선전화기 등 저가제품의 생산기지를 경기 평택시와 충북 청주공장에서 각각 중국과 태국으로 옮겼다. 현재 평택과 청주공장에서는 고급카세트와 키폰 형태 전화기를 생산하며 국내 생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 기업연구센터소장은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은 제품의 가격경쟁력 상실과 글로벌 경쟁전략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현상”이라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국내에서 일자리를 계속 창출할 수 있는지가 국민경제적 차원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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