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대신증권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지점을 찾은 A씨(자영업)는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시가총액이 4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 장세를 펼치고 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증시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6월 쌈짓돈 3억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수익은커녕 원금만 15% 정도 손해를 본 상태다. 그는 조만간 주식투자를 포기할 생각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Y씨(약사·여)도 마찬가지. 연초 7000만원이던 투자금이 최근 5200만원까지 줄어든 상태로 당분간 주식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증시가 힘찬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4월부터 ‘팔자’에 나서 이달 7일까지 10조6109억원을 내다 팔았다.
개인 자금이 증시에 들어오고 나가는 상황을 보여 주는 실질고객예탁금도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줄면서 9조517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달 2일 현재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은 89조978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4.4% 줄었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이 주식투자를 통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거래소가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보통주 기준)의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개인은 평균 14.1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12.24%,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이 26.47% 각각 증가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의 실적이 저조한 것은 내수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주머니가 얇아진 상태에서 시가 1만원 미만의 소액 주식이나 코스닥 등록주식 등과 같은 주식에만 집중한 때문. 또 삼성전자 등 주가 상승을 이끄는 우량 대형주의 경우 시가가 많이 올라 개인투자자가 구입하기엔 부담이 너무 커져 버린 것도 원인이다.
대신증권 강남지점 고봉준 부지점장은 “증권주 등과 같은 대중주가 좋아지기 전까지는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금부터라도 개인투자자는 재료나 루머성 정보에 의존한 투자보다는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처럼 과학적 분석에 기반을 둔 시스템트레이딩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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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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