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자들이 이 같은 규모의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은 국내 보험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백수보험은 80∼82년 동방(현 삼성), 대한교육(현 교보), 대한, 동해(현 금호), 흥국, 제일(현 알리안츠)생명 등 6개사가 공동으로 판매한 예정이율 12.5%짜리 고금리 저축상품으로 100만여건이 팔렸다.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25%나 됐던 만큼 생보사들은 예정이율과 정기예금 금리의 차인 13%를 매년 확정배당금으로 계산해 추가로 지급한다는 광고를 앞세워 상품을 팔았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산출하는 기준금리로 예정이율이 12%라면 고객에게 거둬들인 보험료에 연리 12%를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금리다.
한 보험사는 백수보험 안내 전단에 ‘5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년 평균 1400만원 정도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82년 정부의 6·28 금리인하 조치 이후 정기예금 금리는 예정이율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 바람에 90년대 말부터 보험금 지급 시기가 돌아오면서 보험 계약자들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이 연간 100만원에 불과하자 각종 민원이 발생했다.
이영기 백수보험 피해자 공동대책위원회 회장은 “당시 이 상품 하나면 노후 걱정은 끝이라는 보험사의 말을 듣고 월급의 30∼40%에 이르는 보험료를 납입해 왔다”며 “보험사가 제시한 안내장 약관 청약서 등 어디에도 확정배당금이 ‘제로’가 될 수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생보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 법무지원팀 천승환 대리는 “당시 지하자금을 끌어내 산업자본을 조달하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이 같은 상품이 개발됐다”며 “법원에서도 이 같은 점을 인정해 그동안 가입자들이 개별적으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부분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당시 가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55세 이후 얼마씩을 지급한다는 식으로 예시한 안내문을 돌렸지만 이율 변동에 따라 확정배당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백수보험: 생보사가 1980년 2월 5일부터 1982년 7월 19일까지 판매한 고금리 저축상품. 당시 정기예금 금리가 25%로 예정이율 12%를 크게 웃돌자 그 차액을 확정배당금으로 추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100만여건의 상품을 판매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