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도 일본 업체들이 보유한 원천(源泉)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기술의 해외이전이나 제조설비의 해외매각을 자제하도록 설득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중국 등 저임금 저비용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경쟁국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보도했다.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스즈키는 제품 혁신을 통해 일본에서 높은 임금을 주며 생산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인 케이스.
이 회사는 최근 도로를 달리는 과정에서 차체에 전해오는 충격을 흡수하는 뒷바퀴 현가(懸架)장치(서스펜션) 등 일부 부품을 빼고 만든 대도시 단거리 주행용 스쿠터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디오 전문업체인 켄우드는 2년 전 말레이시아 내 소형 CD 플레이어 생산공장을 일본의 지방으로 옮기는 ‘인소싱’ 전략을 펴 성공을 거두었다.
일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말레이시아 직원들과 달리 이직률도 낮고 기술력이 뛰어났다. 말레이시아 근로자들이 한 번에 한 가지 부품을 조립하는 시간에 일본 근로자들은 4, 5가지 부품을 조립했다. 생산성은 올라가고 품질은 개선됐다. 말레이시아 공장을 일본으로 옮긴 뒤에 공장 면적은 70% 줄일 수 있었고 결함률은 80%가 떨어졌다.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일본 업체들도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활동은 여전히 일본에서 실시하면서 저부가가치 제품생산만을 해외로 옮기는 전략을 펴고 있다. 복사기 및 카메라 전문업체인 캐논은 최근 일본 내 연구개발(R&D)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R&D 비용의 80%를 일본에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제조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가령 일본 업체가 중국에 공장을 세우면 중국에 관련 기술이 이전되고 결국 일본 업체들이 중국의 저가(低價) 공략에 시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 전자업체인 NEC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매각할 때 외국투자자에게 파는 대신 일본 업체에 팔도록 설득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제조설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10여개의 업체에 대해서도 관련 기술의 해외유출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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