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삼성전자의 임원들이 직원에게 자주 강조하는 말이다.
전자제품이 융합하거나 새로운 기술들이 만나 신상품이 출현하는 것이 디지털시대의 특징이다.
광학기술과 음향기술이 뒤지면서 한국의 전자산업이 이런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 디지털카메라, 카메라폰, 오디오, 홈시어터, 반도체 포토공정 등이 대표적이다.
▽광학기술의 힘=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된 디지털카메라의 올해 시장규모는 10조원을 넘는다. 소니와 캐논, 니콘, 올림푸스 등 일본 업체가 시장점유율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5위는 미국 코닥.
국제시장에서 맥을 못 추던 일본 휴대전화 업체들은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가 결합된 카메라폰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카메라폰 시장에서 일본 NEC가 노키아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0위 안에 파나소닉과 샤프, 도시바, 미쓰비시 등이 포함됐다.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의 핵심부품인 이미지센서(CCD)는 일본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100% 장악했다.
광학기술은 반도체설비 부문에서도 30% 비중을 차지한다. 캐논과 니콘 등 일본 업체가 이 부분에서도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음향기술도 다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업체들은 대부분 일본 오디오업체인 야마하에서 음향 칩을 갖다 쓴다.
삼성과 LG 등 국내 가전사들은 대형 디지털TV 시장이 커지자 음향의 질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홈시어터는 극장과 같은 입체적인 소리가 중요한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오디오 업체가 없고 기반기술도 없어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섣부른 포기가 가져온 손해=국내 기업들이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너무 일찍 카메라사업을 접은 것이 한국 광학기술이 일본에 뒤처지게 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광학기기협회 김영균 부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삼성, 현대, LG, 동원, 아남 등 국내 대기업이 카메라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외환위기 이후 삼성을 제외한 기업들이 카메라 사업을 포기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글로벌 5위가 목표인 삼성테크윈은 외환위기 이후 투자를 줄였다가 뒤늦게 일본 업체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나준호 연구위원은 “기술의 융복합화라는 디지털시대의 특성상 전자기술에서 앞선 일본이 절대 유리하다”며 “디지털 제품은 제품 주기가 짧아 후발업체가 따라가도 선발업체만큼의 이익은 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오디오부문 자회사인 블루테크 정헌화 상무는 “카메라나 오디오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기술의 노하우와 경험이 축적돼야만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오디오가 디지털 기술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아 일본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집중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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