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의 주가나 시가총액 비중을 볼 때 이번 자사주 매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여서 차익 실현을 노리는 매물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12일부터 3개월 동안 보통주 306만주, 우선주 26만주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이날은 총 매입 규모의 10%(보통주 30만6000주, 우선주 2만6000주)를 주당 60만3000원에 매수 주문을 냈다.
주가는 일단 견고한 흐름을 보였다. 종가는 이전 거래일보다 2.52% 오른 61만원으로 신고가(新高價)에 오른 상태.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증권 창구를 통해 외국인의 매도 주문이 일부 나왔지만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61만4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이날 체결량은 자사주매수주문량의 20%정도에 그쳤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이전 거래일 종가보다 8000원이나 높은 가격에 자사주 매입 신청을 낸 것은 향후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팔자’ 물량을 내놓지만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외국인은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3조8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지분이 60.13%에 이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기간에 외국인의 움직임에서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외국인은 99년 이후 삼성전자가 실시한 5차례의 자사주 매입 기간 중 세 차례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가장 최근 진행된 5차 매입 기간(지난해 10월 21일∼올해 1월 13일) 중에는 10만주를 순매수했다.
당시 주가는 다섯 번 모두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는 추세를 그린 경우도 있다. 전체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실제 진행된 당일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 주가도 약세였다.
우리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앞으로도 계속 좋다는 전망이 우세해 투자자들이 쉽게 ‘팔자’ 물량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기간 중 외국인 매매 동향 | ||||
매입 기간 | 매입규모 (원) | 매입 수량 (주) | 외국인 거래량 (보통주) | |
1차 | 2000.10.20∼2000.12.26 | 5000억 | 보통주 300만, 우선주 40만 | +220만 |
2차 | 2002.04.2∼2002.4.23 | 5000억 | 보통주 133만, 우선주 21만 | ―210만 |
3차 | 2002.8.8∼2002.8.28 | 1조 | 보통주 266만, 우선주 40만 | ―92만 |
4차 | 2003.3.11∼2003.4.10 | 1조 | 보통주 310만, 우선주 47만 | ―230만 |
5차 | 2003.10.21∼2004.1.13 | 1조 | 보통주 215만, 우선주 33만 | +10만 |
자료:굿모닝신한증권 |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