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시가총액 400조의 허와 실

  • 입력 2004년 4월 13일 14시 48분


7일 한국 증시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909.93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상장사 시가총액이 400조원을 넘어선 것. 1999년 8월25일 305조원으로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4년7개월만에 100조원이 늘어난 일이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장사 실적이 그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의 '바이 코리아 열풍'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만 국내 증시에 10조원을 쏟아 부으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주식 보유 비중도 급증, 1998년 16.67%에서 2002년 30%대로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43%대에 달한다. 10대 그룹만 보면 9일 현재 시가총액(상장사 기준·우선주 포함) 기준으로 외국인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다.

이 같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열풍'은 한국 경제의 대외 신뢰도 향상과 경제 활동의 투명성 제고와 같은 효과도 가져왔다. 또 기업들이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주주 중심의 경영 체제로 바뀌는 선물도 주었다.

하지만 이들이 언제까지 고마운 손님, 반가운 손님만은 아닌 듯싶다. 고율의 배당 요구를 통해 투자금을 뭉텅이로 빼가는 일이 빈번하고, 정도를 넘어선 기업 경영 간섭도 적잖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멀쩡한 회사에 대해 유상감자(有償減資)를 실시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부실화된 기업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사 주식을 현금으로 사들인 뒤 없앰으로써 자본금을 줄이는 유상감자를 흑자기업에 적용한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증권가는 이를 두고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투자금을 빼내가려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새로운 '회수전략(Exit Strategy)'이라고 평가한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에서 단물만 빼 먹고 빠져나가는 일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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