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油 41개월만에 32달러 돌파 ‘물가-수출 초비상’

  • 입력 2004년 4월 13일 17시 29분


중동산 두바이유 값이 3년5개월 만에 배럴당 32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의 ‘고공(高空) 행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으며, 항공과 화학 등 에너지 다(多)소비업종의 채산성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다시 상승세=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32.09달러로 2000년 11월 13일의 32.95달러 이후 처음으로 32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이달 중순부터 유가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減産) 결정 이후 주춤했던 유가가 최근 다시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이라크 강경단체의 잇단 외국인 억류로 이라크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

여기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9일 중국의 소비 급증으로 올해 세계 석유소비량이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17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수급 불안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유가 급등을 부추겼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이 추세라면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6∼28달러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2·4분기(4∼6월) 유가가 30∼35달러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13일 ‘유가 상승의 수출입 영향’ 보고서를 내고 유가가 5달러 오르면 무역수지 흑자가 54억6000만달러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또 유가 5달러 상승에 따른 생산원가가 선진국은 0.2% 증가에 그치는 반면 한국은 1.23% 증가한다는 것.

▽사우디 석유 안정적 공급 어려울 수도=미국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 뉴스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가 지난주 “아시아 지역에 대한 안정적 원유 공급을 약속한다”고 장담했지만 불안한 중동 상황으로 볼 때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

블룸버그 뉴스는 “사우디 왕국은 고실업 등 쉽게 풀리지 않는 내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며 “사우디 왕국이 몰락하면 사우디 정부의 보증은 모두 쓸모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생산하는 공산품 가격이 오르면 ‘아시아발(發) 인플레’가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도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재 가격 품목별로 차이=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의 경우 원유, 콩, 옥수수 등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고철과 비철금속은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품목별로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3월 중 콩과 옥수수 가격은 전달에 비해 각각 14.0%와 7.8% 상승했다. 반면 고철은 중국 수요가 감소하면서 한 달 전보다 0.3%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상승세가 주춤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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