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지철/디자인도 산업이다

  • 입력 2004년 4월 1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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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한국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러시아 국민브랜드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2004년 국민브랜드 발표에서 삼성, LG 등 한국 브랜드가 인증 대상 7개 부문 중 무려 6개 부문을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한번 수상하면 2년간 엄지손가락이 그려진 국민브랜드 마크를 사용하게 된다.

러시아에서 한국 상품의 인기와 브랜드 인지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모스크바 주변 5개 공항 로비를 한국산 TV가 선점한 지 오래됐고, 모스크바 중심가 큰길 양쪽에도 일본 브랜드 광고판보다 한국 브랜드 광고판이 더 많다.

러시아에서 이처럼 한국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데에는 1990년대 초반 한·러 수교 당시 러시아에 제공된 차관 가운데 15억달러 상당을 한국산 현물로 제공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 한국산 전기·전자제품과 건설 중장비가 대량으로 들어가면서 업계에선 적극적으로 홍보와 애프터서비스망을 구축해 러시아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다. 디자인 개발과 꾸준한 브랜드 관리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요즘같이 기술이 빠르게 보편화되는 시대에는 디자인 창출과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상품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들은 불황이면 기술인력과 디자인 연구원부터 퇴출시킨다. 자체 디자인 개발보다 단기적으로 유리하고 최소한의 성과가 보장되는 선진국 디자인의 모방에 안주하는데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앞으로 한중일 3국간에는 산업별 수출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쟁국을 이기려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잘 관리하며 제품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와 제품들은 그 나라 문화에 바탕을 둔 독창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지철 세종대 디자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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