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장 릴레이 인터뷰]<7·끝>제일은행장 로버트 코헨

  • 입력 2004년 4월 18일 17시 54분


제일은행 로버트 코헨 행장은 18일 “제일은행은 작지만 내실 있는 은행을 추구하겠다”며 큰 것만을 좋아하는 한국의 은행 풍토에 일침을 놓았다. 강병기기자
제일은행 로버트 코헨 행장은 18일 “제일은행은 작지만 내실 있는 은행을 추구하겠다”며 큰 것만을 좋아하는 한국의 은행 풍토에 일침을 놓았다. 강병기기자
“한국은 아직도 ‘큰 것이 아름답다’는 선입관이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은행들마다 보험사 증권사 투신사 등을 인수하며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우리는 작지만 내실 있는 은행을 추구하겠다.”

제일은행 로버트 코헨 행장은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실속 경영’을 선언했다.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 등으로 은행간 몸집 불리기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수익성 위주 경영을 선언하고 나선 것.

코헨 행장은 “은행들의 인수합병 바람이 제일은행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험사와 투신사가 특정 은행의 계열사로 집중되면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자회사 상품을 팔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과 투신 자회사가 없는 제일은행은 여러 보험사와 투신사의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무자식이 상팔자란 얘기와도 통한다.

씨티은행의 한국 진출에 대한 코헨 행장의 입장은 ‘느긋함’이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특히 프라이빗 뱅킹(PB) 시장에 경쟁력을 갖췄지만 국내은행들도 이미 PB 준비를 착실히 해왔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국내 고객들의 투자성향과 컨설팅 노하우를 가진 국내 프라이빗 뱅커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코헨 행장의 분석이다.

그는 “씨티은행은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한미은행을 인수한다고 해서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헨 행장의 이 같은 여유와 배짱은 2001년 10월 행장 부임 이후 제일은행의 기초체력을 꾸준히 다져온 데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그는 “제일은행은 올해의 문제를 내년으로 미루지 않는 투명한 회계처리에 힘써 왔다”면서 “지난해 신용카드 연체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을 당시 제일은행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회계상의 미봉책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카드연체를 장기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 조건을 20%의 원리금을 상환한 사람, 즉 채무를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한정했다는 것. 또 받지 못할 돈은 아예 상각 처리를 하거나 부실채권으로 헐값에 팔아버렸다.

코헨 행장은 “무리한 대환대출을 받아 신용불량 상태를 벗어난 사람들이 다시 연체자로 돌아서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은 1∼2년 전과 같은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면서 “제일은행은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제일은행의 무수익 여신은 1.5%로 업계의 절반에 불과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2.0%로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재무건전성 1위를 기록했다.

코헨 행장은 “취임 당시 내걸었던 총자산 40조원 목표는 이미 작년에 달성했다”면서 “세전 자기자본 순이익률(ROE) 25% 목표도 올해 중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초 국내 증시와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할 계획이다.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 브리지 펀드의 지분 매각 계획에 대해 그는 “올해 말부터 가시적인 투자성과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뉴 브리지가 굳이 서두르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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